
밖은 40도에 육박하고 냉면 한 그릇 가격은 2만원에 가까워졌다. 외출도, 불 앞에서 오래 요리하는 일도 부담스러워지면서 여름철 면요리의 무대가 식당에서 집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도 달라졌다. 단순히 면과 육수를 포장한 간편식을 넘어 유명 맛집의 레시피와 스타 셰프의 이름을 담은 ‘집에서 먹는 전문점 냉면’이 여름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5일 식품업계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지난달 냉면과 막국수 등 여름철 면요리 가정간편식(HMR) 판매가 일제히 증가했다.
외출과 장보기를 피하려는 움직임은 배달·온라인 주문에서도 확인된다. 배달의민족에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냉면 주문량은 한 달 전 같은 기간보다 28%, 콩국수는 52% 늘었다. 같은 기간 SSG닷컴의 쓱배송 주문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고, 냉동·냉장 HMR 매출은 각각 44%, 30% 뛰었다.
가격 부담도 집에서 냉면을 찾게 하는 배경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5월 서울 지역 냉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2615원으로, 5년 전보다 약 35% 올랐다. 유명 평양냉면 전문점에서는 한 그릇 가격이 1만8000원까지 올라 ‘금면’이라는 말도 나온다.
오뚜기의 지난달 냉장 냉면류 간편식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35% 늘었다. 냉장 메밀·막국수류 판매액도 약 30% 증가했다.
판매를 이끈 제품은 용인의 유명 맛집 ‘고기리 막국수’와 협업한 막국수 3종이다. 2021년 건면 형태의 들기름막국수로 시작해 냉장 들기름막국수와 물막국수, 비빔막국수까지 메뉴판을 넓혔다. 소비자가 직접 맛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해당 식당의 레시피를 활용한 제품을 집에서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름 면 수요는 냉장 제품에만 머물지 않았다. 냉모밀과 콩국수라면, 메밀비빔면, 진쫄면, 진밀면 등 오뚜기의 여름철 봉지면 6종 판매액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10% 늘었다.
뜨거운 국물을 내세운 제품도 폭염 속에서 뜻밖의 흥행을 거뒀다. 서울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의 맛을 라면으로 옮긴 ‘동대문식 닭한마리 칼국수’는 지난달 13일 출시된 뒤 18일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 개를 넘어섰다. 복날 수요와 함께 SNS에서 닭고기와 부추, 감자 등을 더하는 조리법이 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여름 면요리 간편식 경쟁의 또 다른 키워드는 ‘셰프’다.
CJ제일제당이 ‘흑백요리사’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최강록 셰프와 함께 만든 ‘비비고 평양냉면’과 ‘비비고 들기름막국수’의 지난달 마지막 주 오프라인 매출은 전주보다 150% 증가했다.
비비고 평양냉면은 신맛을 줄이고 양지 육향을 살린 육수에 오이고추 고명을 더했다. 들기름막국수에는 들기름과 들깨, 다시마 간장을 활용했다. 면을 삶고 동봉된 육수나 소스, 고명만 더하면 셰프의 아이디어를 담은 한 그릇이 완성된다.

조리 시간을 더 줄인 제품도 등장했다.
대상 청정원은 ‘콩담백면 열무비빔국수’와 ‘열무물냉면’을 코스트코 전용 상품으로 선보였다. 두유로 만든 면과 소스·육수, 열무김치가 함께 들어 있어 면을 삶을 필요가 없다. 물기만 제거한 뒤 재료를 섞으면 1분 만에 완성된다. 사리면 한 봉지의 열량은 30㎉이며 당류를 넣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LF푸드는 지난달 29일 시즌 한정 제품인 ‘한반12 살얼음동동 깨폭탄 냉면’을 출시했다. 국산 참깨가루를 1인분당 15g씩 별도로 담았고, 냉동 육수를 찬물에 잠시 담가두면 살얼음 육수가 만들어진다. 별도의 얼음이나 고명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다. LF푸드의 기존 ‘살얼음동동 여름면’ 시리즈는 2024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약 100만 개가 판매됐다.
면요리 전문기업 면사랑의 폭염기 냉동면 간편식 매출도 회사 측 비교 집계 기준 평균 17% 늘었다. ‘사골맛 냉면육수’ 매출이 61% 증가했고 ‘4분 조리 100% 메밀면’은 27%, ‘2분 조리 사누끼 우동면’은 14%, ‘1분 조리 중화면’은 11% 각각 늘었다.
특히 희석할 필요 없이 바로 붓는 1인분 냉면육수는 냉면뿐 아니라 김치말이국수와 도토리묵사발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수요가 몰렸다. 냉동면과 육수, 소스를 조합해 각자의 여름 메뉴를 만드는 소비가 늘어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