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규정한 개정 형사소송법에 대해 "위헌, 집행 불능, 국익 위배, 행정부 고유 권한 침해 등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주재한 제34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수사·기소 분리를 규정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국회에서 의결됐다"며 "이를 두고 많은 논란과 이견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라고 하는 게 의견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서 상대의 권한 행사 자체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 헌정질서에 위반된다고 해야 상대의 권한과 권능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게 헌법학계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로는 입법권을 부정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참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모든 권한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이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떠받치는 근간이자 국민 인권과 보편적 권리를 보다 충실하게 지키기 위한 핵심 전제"라고 말했다.
검찰에 집중된 형사사법 권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검찰은 수사부터 기소, 영장 청구 등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걸쳐 매우 과도하고 집중된 권한을 행사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하에서 검찰 내 일부 집단은 기소를 위해 수사할 수 있다는 권한을 무소불위로 악용하며 있는 사건을 덮거나, 누군가를 정해놓고 처벌하기 위해 별건 수사, 먼지털이 수사, 표적 수사를 관행처럼 되풀이해 왔다"고 말했다.
또 "그 과정에서 무고한 국민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고, 심지어 스스로 삶을 저버리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며 "묵묵히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한 대다수 검사들까지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는 이러한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라며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을 예외 없이 국민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찰의 권한 비대화 가능성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형사사법체계의 선진적 정상화에 단초가 마련됐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관련 법령과 제도 정비 등의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새로운 수사 시스템의 정착 과정에서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수사의 공정성과 수사 역량 제고에 작은 빈틈도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름과 역할은 변해도 국민과 법치를 수호하는 검찰의 책무는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는다"며 "검찰은 대표적인 공익의 대표자인 만큼 인권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해 국민 모두의 검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 역시 뼈를 깎는 자세로 내부 비리 근절과 피해자의 실질적 보호, 민주적 통제 강화에 총력 매진함으로써 믿음직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