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증시 급변 상황에서 직접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 확보에 나섰다. 최근 증시 폭락 과정에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겨냥해 배율 조정과 투자한도 설정 등 추가 규제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2일 관련 업계에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긴박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별도 절차 지연 없이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 조정이다. 현재 2배로 설정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을 필요시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는 최근 홍콩 사례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자산운용사의 운용 역량과 사전 기준 설정, 공시 등을 전제로 상장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배율 조정을 허용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수익자 이익과 관련된 사안은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해석이 있어 금융당국이 단기간에 배율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수익자총회는 출석 수익자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 수익증권 총좌수의 4분의 1 이상 동의를 필요로 한다. 배율 조정처럼 수익 구조에 영향을 주는 사안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어 신속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긴급조치권 적용 범위도 검토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주된 대상이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금융투자상품이나 시장 참가자까지 포함할 수 있을지도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당시 증시 변동성이 극심했던 사례도 복기하고 있다. 당시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조치 가운데 향후 시장 안정 장치로 제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과 모의거래 의무화도 추진된다. 각 증권사가 계좌별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한도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되 금융당국은 쏠림 방지를 위해 한도를 20% 수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본예탁금 상향이 소액 투자자의 진입 허들을 높이는 조치였다면 투자한도 설정은 대규모 자금 유입을 제한하는 장치다. 당국 관계자는 “아래쪽 허들은 예탁금, 위쪽 천장은 투자한도로 누르는 보완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모의거래는 투자자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기존 투자자 교육이 이론 중심이었다면 실제 매매 구조와 손실 가능성을 체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선물·파생상품이나 공매도처럼 실제 투자 전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렸다. 필요하면 추가 상향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예탁금 상향 효과는 이미 일부 나타났다. 시행 첫날인 지난달 3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목의 거래대금은 약 3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12조400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15조원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