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질적 성장’ 집중...중국 시장 공략 새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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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진출 쓴맛 본 K패션… F&F·삼성물산, '현지 파트너·수익성' 중심으로
"샤오홍슈 보고 티몰서 산다"… 왕홍·콘텐츠 중심의 정교해진 쇼핑 패턴
팝업스토어부터 현지화 마케팅까지…플랫폼 타고 중국 영토 재확장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문을 연 MLB 플래그십 매장. (사진제공=F&F)

중국 패션 시장이 프리미엄화와 세분화로 재편되면서 그동안 중국을 등한시했던 국내 주요 K패션 기업들이 ‘양적 출점’ 대신 ‘현지화 및 수익성’ 위주로 체질을 개선하며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1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대신 현지 유통망과 협업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간한 ‘2026 K-패션 중국 진출 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 패션(의류) 시장 규모는 약 4200억 달러(약 600조 원)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KOTRA는 중국 소비시장이 양적 성장보다 프리미엄화와 세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리점·프랜차이즈·합작(JV)·직접 진출 등 기업 특성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국내 패션기업들은 중국에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THAAD) 사태와 코로나19 봉쇄, 로컬 브랜드의 급성장 등이 겹치면서 높은 고정비 부담과 소비 위축이란 이중고를 겪었다.

이로 인해 최근 국내 패션기업들은 무리한 출점보다 수익성을 중심으로 대(對)중국 전략을 다시 짰다. 대표 사례가 F&F다. MLB는 2020년 현지 본격 진출한 이후 현재 중국 전역에서 약 11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최근엔 신규 출점보다 기존 매장의 운영 효율과 점당 매출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F&F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선 핵심 상권과 매장별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더우인과 징둥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상품 기획, 채널 운영에 반영하는 ‘중국 최적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싼리툰 타이쿠리의 준지 신규 매장 오픈 이벤트에서 준지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약 중인 배우 안효섭(가운데)과 이현직 미스토홍콩 총괄법인장(오른쪽에서 네번째), 오준영 미스토상해 법인장(오른쪽에서 세번째), 박남영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문장(왼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중국 럭셔리 수요 공략에 나섰다.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JUUN.J)’는 미스토홀딩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중화권 유통 사업을 본격 전개하고 있다. 준지는 7월 중국 서부 핵심 하이엔드 상권인 쓰촨성 청두 타이쿠리 매장과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 입점했다.

특히 이달 7일엔 베이징 명품 상권 싼리툰 타이쿠리에 신규 매장을 열며 프리미엄 리테일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미스토홀딩스의 중국법인 미스토 상해와 홍콩법인 미스토 홍콩은 2030년까지 준지의 중화권 유통을 맡는다. 그동안 미스토홀딩스와의 파트너십 성과에 힘입어 삼성물산 패션부문 중국법인의 올해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이처럼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 시장 반응을 확인한 후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과 브랜드 선택 기준이 과거보다 한층 정교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무신사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콘텐츠 기반 플랫폼이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이커머스 플랫폼이 실제 구매를 담당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은 샤오홍슈에서 브랜드 콘텐츠를 접한 뒤 티몰이나 더우인에서 가격과 상품을 비교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적인 인플루언서를 넘어 왕홍이 만든 콘텐츠가 저장과 검색, 매장 방문, 구매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촘촘하게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상하이 신세계 신환중심점 외관 모습. (사진제공=무신사)

중국 소비자의 취향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대중적인 브랜드를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디자인 완성도와 브랜드 스토리,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무신사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개성이 뚜렷한 디자이너 브랜드와 컨템포러리 캐주얼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국내 브랜드들의 중국 진출도 활발하다. 무신사는 상하이에 구축한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 국내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론론(RONRON)과 스컬프터(SCULPTOR) 등이 현지 팝업을 진행했다. 9월엔 선전에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추가 개점한다.

KOTRA도 이번 보고서에서 “과거엔 ‘많이 여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고 브랜드 경쟁력을 검증한 뒤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중국 시장 공략의 새로운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단순한 출점 경쟁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브랜드 경쟁력, 온라인·오프라인을 연계한 운영 역량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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