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14년 만에 확대…‘편의’vs‘안전’ 충돌[안전상비약 갑론을박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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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최대 20개 품목 확대 추진…의료취약지 일반 소매점 판매도 허용 검토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정부가 14년째 제자리였던 안전상비의약품 제도 개편에 나선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을 현행 11개에서 최대 20개까지 확대하고, 약국과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보건의료취약지역에서는 일반 소매점에서도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심야와 공휴일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 국민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약사단체는 복약지도 없는 판매 확대가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와 보건의료취약지역 판매 규제 완화를 올해 하반기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연말까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하고 약국과 24시간 판매점이 없는 지역에서는 일반 소매점에서도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심야나 휴일 등 약국 이용이 어려운 시간대에도 국민이 해열진통제나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편의점 판매를 허용한 제도다. 2012년 도입 당시 약사법은 최대 20개 품목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판매 품목은 13개만 지정됐고 이 가운데 2개가 단종되면서 현재는 11개만 유통되고 있다.

정부가 제도 손질에 나선 것은 의료취약지역의 의약품 접근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농어촌이나 도서·산간지역은 약국은 물론 24시간 편의점조차 없어 야간이나 공휴일에는 해열제나 소화제 같은 기본적인 상비약조차 구하기 어려운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품목 확대는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약사법상 안전상비의약품은 지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방식이어서 장관 고시 개정만으로 품목을 늘릴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로 지정심의위원회가 사실상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제도는 14년간 제자리걸음을 이어왔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무약촌 등 보건의료취약지역에서는 24시간 운영 점포가 아니더라도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 의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은 30만 개, 영국은 1500개, 일본은 930개의 일반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안전상비의약품을 20개 안에 묶어두고 있다"며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는 품목 확대를 넘어 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처럼 특정 제품명을 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분명을 기준으로 안전상비의약품을 관리해야 소비자의 선택권과 공급 안정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즉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약사회는 최근 “14년간 제도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개선 없이 판매처와 품목만 확대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복약지도 없는 판매 확대보다 공공심야약국과 공공약국 확대 등 공적 인프라 확충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제도 도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국민 편의와 의료 접근성 강화라는 의견과 의약품 안전관리 의견이 다시 맞서는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14년 만에 추진되는 안전상비약 제도 개편이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지정심의위원회 논의와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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