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성 모호 등 경영계 법리 불신
교섭의제 구체화, 법적 안정성 찾길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은 하청노조 보호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도입했지만 실제로는 기득권 노동세력의 바게닝 파워(협상력)를 높여 노동자의 분배 몫을 극대화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친노동 반시장적인 이 법은 기존 노사관계의 틀을 완전히 뒤바꿀 정도의 파괴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충분한 토론이나 숙의없이 졸속으로 도입하는 바람에 현장은 큰 혼란에 휩싸여 있다. 더욱이 법 내용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법 조항이 모호하게 만들어져 노사 간,노노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법적 안정성이 불안하다.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은 그동안의 법원 판례를 입법화한 것”이라고 밝히지만 지난 9일 대법원 판결에서 뒤집힌 하급심 판결을 근거로 만들어졌다는 게 드러났다. 대법원은 노란봉투법 입법의 토대가 된 ‘CJ대한통운 사건’의 하급심 판단을 ‘법리 오해’라고 파기환송했다. 정부의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은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단체교섭 범위 등을 정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CJ대한통운을 포함해 한화오션, 현대제철 사건 등 1, 2심 판결 4건을 법적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노동위원회가 법리가 부실한 판례를 법적 토대로 삼아 사용자성인정 여부를 판단하다 보니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건도 생겨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사내 급식과 출·퇴근 버스 운행 등을 맡은 하청 업체인 웰리브 소속 노동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판정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노란봉투법상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모호한 데다 대법원이 노란봉투법의 근거가 됐던 하급심의 사용자성 판단을 파기하면서 중노위 결정을 불신한 것이다. 개정법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해석해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노동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한 것도 N% 성과급을 요구하는 많은 대기업노조의 투쟁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경영성과에 연동된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에 중재자로 나서 노조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타결을 이끌어냈다.
위법한 실력행사를 못하도록 계도해야 하는 노동행정 수장이 오지랖 넓게 교섭대상이 될 수 없는 성과급 노사협상에 중재자로 나섬으로써 성과급 문제가 교섭대상임을 인정해준 꼴이 됐다. 이후 노조의 N% 성과급 요구는 다른 사업장으로 급속히 확산되며 올해 노사현장의 핵심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뒤늦게 정부는 “쟁의대상이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상황이 바뀌어서일까. 삼성전자노조 성과급 투쟁 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이재명 대통령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대기업 노조들의 N% 성과급 요구에 대해 “(쟁의) 대상이 안 되는 쪽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지시했다. 그는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문제를 내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백번 옳은 소리다. 하지만 대통령과 노동장관이 법 조항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한다면 노동현장의 혼란은 더 가중될 수 있다.
노동쟁의 대상 확대, 손해배상 제한, 사용자성 인정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은 기득권 노동세력에게 무소불위의 힘을 부여함으로써 사용자와의 협상에서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하도록 만든 시장 파괴적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법조항은 모호하고 정부 지침은 부실한 법리를 토대로 만들어져 그 어느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장의 노사갈등을 잠재우고 법적 안정성을 꾀하기 위해선 노란봉법에 대한 대대적 손질이 필요하다. 모호한 사용자성 판단 기준의 명문화와 함께 교섭의제의 명확한 기준부터 설정해야 한다.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시행령, 대통령령, 시행규칙, 노동부 지침 등으로 노동쟁의 대상과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정부 지침은 법원 판단을 구속할수 없다. 하위법령에서 구체화할수 있는 위임조항이 없어 오히려 법적 분쟁만 부추길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야당과 재계의 반대를 무시하고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였던 당사자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투성이의 노란봉투법이 법적 안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과감히 손질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