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인버터 모델도 금지 대상 포함
“국가 안보 및 핵심 산업 보호 목적”
중국 외 공급업체는 면제할 가능성
‘휴머노이드 강자’ 유니트리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신규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력 인버터 수입을 전격 금지하며 미·중 AI 패권 경쟁의 전선을 로봇과 전력 인프라로 넓혔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중국산 첨단 장비를 미국 AI 생태계에서 배제하는 동시에, 급성장이 예상되는 핵심 제조업의 리쇼어링(국내 생산 회귀)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날 중국산 신규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그리고 재생에너지 설비와 배터리를 전력망 및 데이터센터 장비에 연결하는 연결형 전력 인버터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FCC는 성명을 통해 “이러한 기기들은 미국의 경제 및 국가안보를 교란할 수 있는 공급망 취약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미국의 핵심 기반 시설을 위협하는 사이버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렌던 카 FCC 위원장도 보도자료를 통해 “FCC는 미국 핵심 공급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공급망 교란과 데이터 절취, 사이버 공격 위협으로부터 미국 AI 공급망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업들의 생산시설 이전을 유도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AI 기반의 ‘두뇌’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향후 소비자 및 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보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미국 전역에서 급속도로 확대되는 데이터센터 건설 역시 안정적인 인버터 공급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공표 즉시 발효됐으며 아직 출시되지 않은 로봇과 인버터 모델에만 적용된다. 다만 FCC는 이미 미국 내 판매 승인을 받은 제품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기존 승인 자체를 취소할 권한을 갖고 있다.
로이터가 인용한 복수의 소식통 4명에 따르면 이번 조치 이후 FCC는 최근 외국산 드론과 라우터 규제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 이외 국가의 상당수 공급업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이 미국 기술에 가하는 위협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절취와 화웨이 같은 중국 통신기업을 통한 국가 차원의 정보수집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2기 행정부에서는 중국이 지난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공격적으로 활용한 이후 중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며 비교적 유화적인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기조와 달리 AI 공급망과 핵심 산업에서는 대중 견제를 다시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로봇 수입 금지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점유율이 약 20%에 육박하는 중국 기업 유니트리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3대 기업 가운데 하나다.
유니트리는 최근 미국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군 연계 의혹 기업 명단에도 포함됐다. 이는 향후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여겨져왔다.
유니트리는 최근 엔비디아와 협력해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AI 칩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 역할에 활용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로봇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미국 내에 보관될 것이며, 유니트리의 주요 고객은 미국의 대학 및 연구기관이라고 피력해 왔다.
그러나 대중 강경론자들은 이들 로봇이 미국 핵심 산업을 감시하거나 데이터를 중국으로 유출하고, 주요 시설의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FCC는 성명에서 “이들 로봇은 악의적인 행위자가 미국인을 감시하거나 외국 정보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원격으로 로봇을 탈취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존 물레나 의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을 보호하고 미국 로봇 산업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물레나 의원은 중국산 로봇에 대한 국가안보 심사와 금지를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한 인물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력 인버터 생산국으로, 선그로우와 화웨이가 대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서방 인버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미국이 중국산 인버터 규제에 나선 배경에는 이들 제품이 전력망 교란이나 악성코드 설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당국은 2023년 적발된 ‘볼트 타이푼(Volt Typhoon)’과 같은 중국 정부 연계 해킹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당시 해커들은 개인 소유 라우터를 장악해 이를 은폐망으로 활용한 뒤 미국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후속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우려 대상 외국 기업이 제조한 태양광 셀ㆍ모듈ㆍ인버터를 조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중국 기업들도 포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