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도 매각도 어렵다⋯ 승계 ‘진퇴양난’ [오너 저축은행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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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주식에 묶인 재산⋯적자 회사는 배당도 어려워
매각 막히고 세법상 평가액 높아 승계 재원 마련 난항

상속·증여세는 현금으로 내야 하지만 저축은행 오너의 자산은 대부분 지분에 묶여 있다. 세금을 마련할 유일한 수단인 '배당'은 실적 악화로 막혔고, 지분을 처분할 '매각'은 깐깐한 규제와 업황 불황에 턱없이 막혔다. 물려줄 수도, 팔 수도 없는 구조적 수렁에 빠진 셈이다.

27일 저축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주식을 직접 보유한 자산 5000억원 미만 저축은행 16곳 가운데 대명·융창·영진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명저축은행은 13억6700만원, 융창저축은행은 6억9300만원, 영진저축은행은 2억48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당장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줄 재무적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곳들이다.

적자 상태에서 대주주의 세금 납부를 위해 억지 배당을 늘리기도 불가능하다.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자본비율도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업권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6.7%로 전 분기보다 0.7%포인트(p) 올랐다. 무리한 배당은 자칫 회사의 건전성 위기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회사 자산 규모가 크더라도 자금의 90% 이상이 예금일 수 있다”며 “세금은 100%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만큼 갑작스럽게 상속이 발생하면 세금 폭탄을 피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배당이 막혀 지분을 팔아 세금을 내려고 해도 매각 길 역시 촘촘히 막혀 있다. 저축은행은 대부분 비상장사인데다 지역 영업 기반과 보유 자산 건전성에 따라 가치가 극명하게 갈린다. 인수자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가혹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최근에는 부동산PF 부실과 연체율 상승 우려로 매도자와 인수자 간 몸값 눈높이 차이가 한층 벌어졌다. 매도자는 순자산과 제한된 영업 인가의 희소 가치를 가격에 반영하려 한다. 반면 인수자는 향후 발생할 추가 손실 가능성을 먼저 계산한다. 인수합병(M&A) 협상이 기약 없이 장기화하거나 무산되는 배경이다.

세법상 주식 평가액과 실제 거래가격 사이의 괴리도 상당한 부담이다. 비상장 주식은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해 평가하고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액 하한선으로 둔다. 시장 가격이 아무리 헐값이 되어도 과세 기준은 그만큼 낮아지지 않는 셈이다.

오너 지분율이 절대적인 구조 특성상 일부 지분만 팔아 현금을 쥐기도 어렵다. 의결권을 확보할 수 없는 소수 지분은 매수자가 선뜻 사들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영권 지분 전체를 매각하면 사실상 수십 년 일군 회사를 포기해야 한다.

세금 부담뿐 아니라 후계자 부재도 승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센트럴저축은행은 2세가 지분을 보유하며 승계를 준비 중이고, 융창저축은행도 2세가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상당수 소형 저축은행은 뚜렷한 후계 구도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가 깐깐하고 성장성이 둔화한 업종을 자녀가 선뜻 물려받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배당할 이익도 없고 회사를 사줄 인수자도 없다면 상속 시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손해를 무릅쓰고 헐값에 매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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