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화방안 등 명시규정 입법예고
실효성 위해 형사제재도 검토할만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때 채무자의 재산 중 일부가 가상자산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형사 분야에서는 2018년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8도3619 판결)에 따라 가상자산을 몰수한 후 현금화하고 있다. 조세 분야에서는 국세징수법에서 가상자산의 압류 및 이전, 매각 등을 위한 방식을 규정하고 이에 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징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에 민사 분야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가상자산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거래소에 대한 가상자산이전청구권 등만을 대상으로 강제집행이 이루어져 왔다.
이는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과 관련이 있다. 즉, 법원은 가상자산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이를 민법상의 ‘물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서울고등법원 2021나2010775 판결)이다 보니, 민사집행법상 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집행을 직접 적용하기는 어려웠으며 이로 인해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강제집행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다만 가상자산을 재산권으로 보아 제3채무자(일반적인 경우 거래소)가 존재하는 가상자산이전청구권 등에 대한 규정을 준용하는 형태로 강제집행이 진행되었다. 즉 채무자가 개인 지갑 등에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채권자로서는 해당 가상자산에 대한 집행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재판 중에 거래소에 있던 가상자산을 개인 지갑으로 전송하는 악의적인 행태도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대법원에서는 2026년 7월 2일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과 거래 구조에 부합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의 ‘민사집행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위 개정안에서는, 기존 조항의 준용을 통해 이루어지던 가상자산이전청구권에 대한 강제집행 및 이에 대한 현금화 방안을 규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강제집행이 어려웠던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강제집행 및 이에 대한 현금화 방안 또한 명시함으로써 채무자가 개인 지갑에 보관하고 있던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강제집행 및 현금화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3채무자에 해당하는 거래소는 압류명령에 목적으로 표시된 가상자산이전청구권에 상응하는 가상자산의 보유 여부 및 보유하고 있다면 그 종류와 수량을 진술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으며, 압류명령을 통해 거래소 등에게 채무자에 대한 가상자산의 이전을 금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기존에 특별 현금화 등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했던 가상자산이전청구권의 현금화 방식을 가상자산이전청구권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거나 제3채무자인 거래소에 매각을 위탁하는 방법, 집행관의 계정으로 이전하여 매각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화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유동성이 낮아 현금화가 어려운 가상자산의 경우에는 현금화가 용이한 가상자산으로 교환하여 매각하는 절차까지도 마련함으로써 강제집행의 실효성을 높였다.
무엇보다도 가상자산 자체에 대해 채무자에게 가상자산의 처분을 금지하도록 하거나 그 가상자산을 집행관에게 이전할 것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개인 지갑에 보관 중이던 채무자의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강제집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개정안의 의미는 상당하다. 나아가 압류된 가상자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거나 집행관이 이를 이전받아 매각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어 채권자의 권리 구제가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상자산의 가압류·가처분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규정이 생겼는 바, 앞으로 가상자산이전청구권 외에도 개인 지갑에 보관되어 있는 가상자산에 대한 가압류·가처분 사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채권자는 이러한 보전처분 제도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거래, 투자, 상속, 재산분할, 범죄 등 다양한 법률관계의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는 가상자산에 대해 명시적인 강제집행 규정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은 채권자의 권리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다만 가상자산의 특성상 강제집행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가상자산의 이전이나 개인키 등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그 목적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간접강제나 형사적 제재,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 등의 집행 방안에 대한 검토도 추가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