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물 천국 물류창고, 배터리 포함 단계별 소방체계 시급"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물류 로봇의 ‘리튬이온 배터리’(리튬 이차전지) 관련 안전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류센터는 종이상자, 비닐, 플라스틱 등 가연성 물질이 빽빽하게 쌓인 구조적 취약성을 지닌 만큼, 이차전지 위험성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2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18일 오전 6시 54분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61시간 만인 20일 오후 8시 초진에 잡혔다. 이어 나흘 만인 전날 완전히 진화됐다. 역대 물류센터 최장 진화 기록이다.
소방은 무엇보다 쿠팡 화재 진압 과정에서 리튬 이차전지를 탑재한 물류 로봇 수백대(전기차 약 20대 분량)가 있는 5층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 이차전지는 고온이나 화재 노출 시 내부 온도가 급상승하는 '열폭주' 현상을 일으키고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진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물류센터의 경우 종이상자, 비닐 포장재, 플라스틱 등이 사용된 상품이 빽빽하게 적재돼 구조적인 위험성이 크다. 짙은 연기를 발생시키는 가연물에 층고를 높게 만들고 다단 선반을 두는 것 역시 화재 진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법령이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상 금속 자체인 리튬과 리튬 건전지 같은 일차전지는 각각 위험물질, 특수가연물로 지정해 규제 대상이다. 또한 리튬 일차전지의 경우 지정 수량을 200kg으로 정하고 보관 창고에는 일정 방화 성능을 갖춘 방화문 설치하도록 했다.
반면 전기차와 각종 전자기기(로봇 청소기‧보조 배터리 등)에 주로 사용하는 충전식 이차전지는 규제에서 제외돼 화재가 지속 발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간이 지날 수록 물류업계의 자동화‧로봇화 속도는 빨라지는 데 비해 소방 안전관리 제도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인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차전지의 위험성만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기보다 로봇을 포함해 화재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물질을 단계적으로 구분, 물류센터의 단계별 소방 체계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 이차전지 생산 공장이라면 경우가 다르지만, 물류센터에 한해 본다면 아직 국내는 가연물 종류에 따라 상품을 분류하고 그러한 상품을 얼마나 보관하는지에 따라 방화 대책이 달리 조치되는 체계도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 내 적재 가연물에 비하면 이차전지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며 “종이상자, 비닐, 플라스틱가연성 물질 특성에 따른 붕괴·폭발 등의 위험성, 물류센터 화재란 특성이 더 직접적인 화재 요인이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