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료의약품(API) 시장에서 펩타이드가 핵심 소재로 올라서며 위탁개발생산(CDMO)과 신약 및 플랫폼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들의 잠재력에 시장의 관심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고도의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펩타이드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없어서 못 파는’ 원료로 꼽힌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이 짧은 사슬 구조로 연결된 물질로 체내에서 신호를 전달한다. 펩타이드 약물은 일반 화학합성 약물에 비해 독성이 낮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을 지닌다. 특정 표적에만 높은 결합력을 보여 효과가 우수하면서도 인체 내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의약품의 핵심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공급이 부족한 건 펩타이드 생산 사업의 높은 진입 장벽이 높아서다. 펩타이드 생산공정 자체가 높은 기술을 필요로해서다. 펩타이드 분자 구조를 정확하게 제어하면서 불순물을 최소화하는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고도의 노하우와 첨단 설비가 필수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소수의 전문 기업만이 대규모 공급을 주도해 왔다.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로 쓰이는 펩타이드는 활용도가 크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을 뒤흔든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릴리의 ‘젭바운드’ 모두 핵심 성분이 펩타이드다. 특히 비만·당뇨치료제 외에도 신호전달 조절, 항염증, 호르몬치료, 종양 억제, 신경질환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펩타이드 시장에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HLB펩과 나이벡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HLB펩은 API 및 CDMO 사업에 주력하며 펩타이드 기반 신약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 나이벡은 신약 발굴 플랫폼 펩스커버리(PEPscovery)와 약물전달 플랫폼 펩타델(PEPTARDEL)을 활용해 대사질환, 신경질환, 폐섬유증 등 신약 파이프라인을 연구 중이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본격적으로 펩타이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의 글로벌 펩타이드 전문 CDMO 기업인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인수하며 펩타이드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글로벌 펩타이드 CDMO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기업으로, 대량 생산 능력과 규제 기관의 인증을 거친 공장을 스웨덴, 벨기에, 미국, 프랑스, 인도 등 전 세계에 생산거점을 보유한 회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인수는 글로벌 펩타이드 시장의 지각변동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세계 최고 수준의 항체 의약품 생산 역량 및 대규모 공장 운영 노하우에 폴리펩타이드 그룹이 누적한 자산이 결합되면 글로벌 펩타이드 CDMO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빠르게 올라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급증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거대 생산 기지가 확보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도 크다.
글로벌 비만·당뇨치료제 시장의 팽창과, 펩타이드 기반 신약 개발 추이를 고려할 때 API 시장에서 펩타이드 수요는 당분간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펩타이드 기반 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525억달러(약 77조3115억원)로 추산됐으며, 연평균 7.5%의 성장률을 보여 2034년에는 약 837억달러(약 123조256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