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ㆍ용수ㆍ송전망 등 추진 미흡
일각선 탄소중립법 개정도 주장
차기정권 에너지정책 변화 불안
호남 반도체팹 현실성 따져봐야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산업계에서 실현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백조원 규모 투자 계획이 제시됐지만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전력·용수·송전망 등 기반시설은 물론 산업 생태계와 재원 조달, 정책 지속성까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토론회가 잇따르며 메가프로젝트의 현실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공론화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0일 정치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투자 규모보다 실제 사업 추진 기반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력 △용수 △송전망 △산업 생태계 △정책 지속성 △사업성 등이 핵심 검증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분위기다. 국회에서는 최근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성공 가능성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며 기반시설과 추진 여건을 점검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반도체 국가산단 성공을 위한 과제' 토론회를 열고 국가산단 조성에 필요한 전력과 송전망, 용수, 주민 수용성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토론회에서 정재성 순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인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와 인구 및 산업·경제구조 변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 수자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산업단지 조성과 인구 유입에 따른 생활용수 증가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인 물 공급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호남 반도체의 허구와 실상' 정책토론회를 열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와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전력과 용수, 인력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산업계와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력과 용수, 반도체 전문인력 확보 등 사업의 현실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전력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함께 활용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학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만으로는 대규모 반도체 팹이 요구하는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LNG 발전이나 연료전지 등 보완 전원을 함께 검토해야 하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거 탈원전 정책처럼 정권 변화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급격히 바뀔 경우 장기간에 걸쳐 운영되는 반도체 산업단지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단 운영을 위한 필수 전력원인 원전이 또다시 국가 정책에 의해 부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는 3대 메가프로젝트 전체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탁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서남권에 반도체 설비를 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며 "국가가 후보지를 제시하고 기업이 검토하는 절차였다면 좀 더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답이 정해진 상태에서 발표가 이뤄진 것처럼 보여 어색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