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시공까지 '원스톱' 강자 '세종기술'..."2차전지·원전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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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세종기술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용접면을 쓴 채 남성 키만한 거대한 원통형 반응기를 용접하고 있다. (김동효 기자 sorahosi@)

지난 10일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세종기술 공장. 한 작업자가 용접면을 쓴 채 불꽃을 튀기며 남성 키만한 거대한 원통형 반응기를 용접하고 있었다. 반응기는 화학반응을 통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설비로 석유화학, 정유, 배터리 소재 등 모든 화학공정의 필수장비다. 제조 과정을 마친 반응기는 바로 옆에 자리한 방사선 테스트 구역으로 옮겨져 용접 결함 여부를 테스트 받게 된다.

세종기술은 종합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설계부터 조달, 시공, 시운전, 인허가까지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한다. 중소기업계에선 보기 드문 턴키 EPC 업체다. 반응기를 비롯해 열교환기, 정유탱크, 배관 등 화학플랜트 핵심 설비의 중소형 설계로 이름을 알리며 기술혁신 중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고영현 세종기술 대표가 10일 부산 강서구 세종기술 본사 공장에서 화학플랜트에 들어가는 반응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노비즈협회)

고영현 대표가 세종화공기계를 창업한 1998년은 외환위기 직후로 발주가 끊기고, 인력 유치도 쉽지 않았다. 고 대표는 이후 30년 가까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내공을 쌓았다. 2015년 베트남, 2023년엔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세우며 해외 EPC 시장에 진출했다. 그 결과 해외에선 약 700억원 규모의 플랜트 EPC 공사를 수행했다. 2024년 수출 2000만불 고지를 밟았고,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224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 매출을 포함하면 약 400억원이 넘는다. 그간 쌓은 공사 실적은 400건을 훌쩍 넘어선다. 고 대표는 "27년간 한 우물을 팠다"며 "화학공정 기초설계부터 제작, 설치, 시운전, 인허가까지 일괄 수행하는 턴키 EPC 사업자라는 점이 세종기술의 본질이다. 설계와 엔지니어링 성과물 등 일반 중소기업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직접 산출할 수 있는 것이 결정적인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2차전지 전고체 소재 생산설비와 폐PET 재활용 플랜트 구축 등 미래 신산업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 중이다. 화학플랜트 분야에서 축적한 엔지니어링 역량이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진출하는 밑거름이 됐다. 현재 원자력 기자재와 원전 해체 시장 진입도 검토 중이다.

이같은 사업 확장이 가능한 건 세종기술이 30년 가까이 쌓은 기술력 때문이다. 세종기술은 화학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교반기술의 설계, 제작, 실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교반기술은 여러 물질을 골고루 섞는 기술로 화학공정에서 생산성과 풀질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물질을 단순히 휘젓는 게 아닌, 균일하고 안전하게 섞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실제 이날 현장에선 '워터 런 테스트'를 직접 확인했다. 교반기 실험실에서 모터가 가동되자 날개가 강하게 회전하면서 물살이 거세게 일었다.

전고체 3차 증설과 폐PET 재활용 기술 연구개발(R&D)에도 집중하고 있다. 2차 전지용 전고체 소재(Li2S) 분야에선 2023년 12월 고객사와 공동으로 폭발 위험을 제거한 생산기술을 개발했다. 2024년 8월부터 시험생산을 거쳐 지난해 4월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6월엔 전고체 소재 3차 증설사업에 들어갔다. 친환경 사업인 폐PET 재활용 기술 역시 공동 개발을 통해 2023년 5월 시험생산설비를 갖췄다. 특히 세종기술의 폐PET 재활용 기술은 재활용보다 '새활용'에 가깝다. 세종기술 관계자는 "지금은 폐PET를 깨끗이 씻어 분쇄해서 쓰는데 우리 기술은 이 원료를 다시 녹여 원래 들어갔던 그대로의 상태로 분리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PET 사업은 순환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고 대표는 보고 있다. 고 대표는 "공동개발사와 진행하는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사업의 품질 편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5000톤 규모 디테일 엔지니어링을 마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자력 분야 진출을 위한 경쟁력도 강화 중이다. 작년 9월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원전기업(Green 등급) 인증을 획득했고, 10월엔 한전KPS 협력업체 A등급에 등록됐다. 이어 12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A등급을 새롭게 취득했다. 한수원으로부터 총 5건의 핵심 특허도 인수했다.

고 대표는 "산업 환경이 3차 산업에서 4차 산업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2차전지 배터리 · 반도체 소재 · 폐PET 재활용 · 수소 발생기 · 원자력 분야 등 신산업이 동시에 폭발하면서 화학플랜트 업계도 단순 시공에서 '맞춤형 기술 개발+친환경 솔루션 제공'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에 세 가지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영현 세종기술 대표가 10일 부산 강서구 세종기술 본사 공장에서 교반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노비즈협회)

세종기술은 반도체 소재(MLCC) 및 배터리 소재(전고체), 원자력, 친환경 신사업 3개 축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고 대표는 "4차 산업의 핵심인 MLCC, 전고체 분야의 수요 급증으로 관련 설비 발주가 예상된다"며 "내년까지 매출 1000억원, 수출 5000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전했다.

고 대표는 제조기업의 진짜 자산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기술 직원 64명 중 상당수가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다. 외국인 근로자는 한 명도 없다.

고 대표는 "세종기술의 사명선언문은 'We are building the future'-4차 산업을 현실로 만드는 초격차 화학플랜트 기업'이다. 이 한 문장에 모든 비전이 담겨 있다"며 "2차전지, 친환경 등 글로벌 수요 다변화에 맞춘 기술 대응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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