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도매 50% 온라인 목표인데…현장은 ‘낡은 시장 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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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액 1조5000억원 목표
도매업체 정책 요구 1·2위는 시장 시설 현대화와 물류비 지원
거래 디지털화 속 선별·냉장·배송 등 오프라인 기반 개선 과제

▲2월 6일 인천 남동구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이 명절을 앞두고 방문한 시민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부가 2030년까지 농산물 도매유통 물량의 절반을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거래한다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올해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액을 1조5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 도매업체가 가장 시급하게 꼽은 과제는 온라인 플랫폼 확대가 아니라 낡은 공영도매시장 시설과 물류비 부담 개선이었다. 온라인 거래 확대와 함께 선별·저장·배송 등 오프라인 물류 기반도 강화해야 유통비 절감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정부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발표한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온라인도매시장의 유통비 절감 효과가 큰 거래를 집중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소비지 마트나 온라인 판매자가 가락시장 등 기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는 거래를 늘리는 방식이다.

공동 집하와 합배송 등을 지원하는 온라인도매시장 권역별 거점물류센터 4곳도 9월부터 가동한다. 정부가 물류 기반 확충에 나선 것은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농식품부가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액은 1조236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5월 25일까지 거래액은 605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3% 증가했고 거래 참여업체도 6000여곳으로 33.9% 늘었다. 정부는 올해 거래액을 1조5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청과류의 산지·소비지 직거래와 직배송 비율은 지난해 1∼4월 31.7%에서 올해 같은 기간 52.3%로 높아졌다. 농식품부가 인용한 충남대의 2025년 청과류 거래 분석에 따르면 온라인도매시장의 유통비용률은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보다 11.1%포인트 낮고 농가 수취가격은 5.1% 높았다.

이처럼 거래 규모와 직배송 비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유통의 병목은 거래 방식보다 시설과 물류에 있었다.

농산물 도매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는 흐름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장에서는 하역장과 저온저장시설이 낡았고 배송비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다”며 “거래 창구만 온라인으로 바꾼다고 농산물 한 상자를 옮기는 비용이 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25년 11월 12일 밤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배추·무·대파 등 주요 김장채소의 출하 상황과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이 같은 현장의 인식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식품 공급망 분석과 발전방안’에서도 확인됐다.

농산물 도매업체의 정책 요구도를 분석한 결과 공영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이 6.290으로 1위였고 물류비 보조가 6.007로 2위를 차지했다. 하역 기계화와 품질·이력관리, 콜드체인 구축도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보다 우선순위가 높았다.

반면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요구도는 0.928로 조사 대상 8개 과제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는 물류비 부담과 시설 노후화에 따른 현장의 애로가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매 현장도 온라인 거래 자체보다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중요하게 봤다. 슈퍼마켓과 식자재마트, 청과물 소매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유통 종사자 역량 강화와 콜드체인 구축, 품질·이력관리가 정책 요구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는 이들 과제보다 우선순위가 낮았다.

한 농산물 소매업자는 “소매점은 가격만 보고 농산물을 받지 않는다. 규격이 일정하고 배송 과정에서 신선도가 유지돼야 온라인 주문을 늘릴 수 있다”며 “산지 선별과 냉장배송, 반품 기준이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거래가 늘어도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비용은 그대로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품질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성이 떨어진다. 온라인에서 거래가 이뤄진 뒤에도 선별과 포장, 저장, 운송, 검품 과정은 남는다. 산지 상품의 규격화나 공동 수배송 체계가 부족하면 온라인 거래가 늘어도 물류비 절감 효과가 현장까지 충분히 이어지기 어렵다.

정부도 이번 업무보고에서 온라인도매시장 권역별 거점물류센터 4곳 가동과 출하가격보전제 확산, 가락시장 전자송품장 확대 등 거래·물류 기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온라인도매시장 참여업체에 직배송 물류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 중이다. 다만 지원 대상이 온라인도매시장 참여자 중심인 만큼 조사 대상 도매업체가 정책 요구 1·2순위로 꼽은 공영도매시장 시설 현대화와 도매유통 전반의 물류비 부담 완화는 추가 과제로 남았다.

정부 관계자는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확대와 물류 기반 개선은 함께 추진해야 하는 과제”라며 “전용 물류센터 구축과 출하비용보전제, 전자송품장 도입 등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가 현장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공영도매시장 시설과 물류비 부담에 대한 현장 의견도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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