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하반기 여행 수요에 영향 우려

미국과 이란 갈등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자 국내 항공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앞두고 실적 반등을 기대했던 항공사들은 연료비 부담 확대와 유류할증료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19일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기준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8.1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4.5%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 의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전장 대비 배럴당 82.49달러로 4.5% 올랐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다시 격화하면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영향이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은 곧바로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제선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도 유가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만큼 향후 항공권 가격이 변동 될 수 있다. 항공유는 항공사의 영업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 중 하나인 만큼 유가가 오르면 여객 수요와 탑승률이 유지되더라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다. 특히 장거리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대형항공사는 항공기 한 대당 연료 소모량이 많아 유가 변동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최대 매출을 냈지만 높은 유가로 수익성에 발목이 잡혔다.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5조1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증가한 역대 2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연료비 증가 영향으로 34.4% 감소한 2618억원에 그쳤다.
연료비 부담은 두 배 이상 뛰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서 대한항공의 2분기 연료비는 1조99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78억원보다 110.9% 급증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비용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LCC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사업 구조상 운임을 큰 폭으로 올리기 어려워 늘어난 연료비를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항공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실적에 미치는 충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항공사들은 앞다퉈 비용 절감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 초 본사 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독려하며 운영 효율화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은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했고 티웨이항공도 4월부터 두 달간 무급휴직 신청을 받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항공업계는 국제선 유류할증료 추이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유류할증료가 인상되면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여행 수요가 둔화될 수 있어서다. 반대로 항공사들이 운임 인상을 자제하면 늘어난 연료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 수익성이 악화해 딜레마다.
7~8월 여름 휴가철과 하반기 여행 수요를 발판으로 실적 회복을 노리던 항공업계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고유가·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기대했던 반등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상황에 따라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는 만큼 유가와 환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