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vs 아르헨티나
기다긴 대진표의 맨 꼭대기. 48개국으로 시작한 월드컵에서 단 2개국만 남았습니다. 6월 11일 멕시코시티에서 출발한 39일간의 여정은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으로 마무리되는데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마지막 104번째 경기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4시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립니다.
이번 결승전은 유럽 챔피언과 남미 챔피언의 맞대결이 성사됐는데요. 스페인은 2010년 이후 16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하고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은 2연패를 노립니다. FIFA 랭킹 1위 아르헨티나와 2위 스페인이 결승에서 만난 만큼 대진 자체도 더할 나위 없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의 세대 대결부터 득점왕과 골든볼 경쟁, 월드컵 결승 사상 최초의 하프타임 쇼까지… 이번 결승은 전후반 90분만 보고 끝날 경기가 아닙니다.

이번 대회부터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32강이 새로 생겼는데요. 결승 진출팀이 치러야 하는 경기도 종전 7경기에서 8경기로 증가했죠. 월드컵 결승에 오른 팀이 한 대회에서 8경기를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스페인은 지난달 15일 카보베르데전을 시작으로 결승까지 34일간 대회를 치릅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16일 알제리전부터 33일 동안 경기를 이어가는데요. 두 팀 모두 조별리그 3경기를 마친 뒤 32강과 16강, 8강, 4강을 통과했습니다. 이제 다섯 번째 토너먼트만 남겨뒀죠.
2022년 아르헨티나는 7경기를 치르고 월드컵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4년 전 우승까지 소화했던 경기 수를 이미 모두 채우고도 한 경기를 더 뛰어야 하죠. 경기 수도 경기 수 지만 이동 거리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는데요.
스페인은 애틀랜타에서 조별리그를 시작해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로스앤젤레스, 댈러스를 오간 뒤 뉴저지로 향합니다. 아르헨티나도 캔자스시티와 댈러스, 마이애미, 애틀랜타를 오가며 북미 대륙을 종·횡단했죠. 장거리 이동과 시차, 한낮의 더위를 한 달 넘게 버텨낸 두 팀만이 마지막 경기장에 들어섭니다.


두 팀이 결승에 오른 과정은 확연히 다릅니다. 스페인은 첫 경기에서 카보베르데와 0-0으로 비겼지만 이후 6연승을 달렸죠.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루과이를 꺾어 H조 1위에 오른 뒤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벨기에를 차례로 제압했는데요. 준결승에서는 미켈 오야르사발(레알 소시에다드)과 페드로 포로(토트넘 홋스퍼)의 골로 프랑스에 2-0으로 승리했습니다.
7경기 성적은 6승 1무, 13득점 1실점인데요. 벨기에와의 8강에서 내준 한 골이 유일한 실점입니다. 우나이 시몬(아틀레틱 클루브)은 6차례 무실점을 기록했고 스페인은 연장전 없이 모든 승부를 정규시간 안에 끝냈죠.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지만, 토너먼트부터 고전했습니다. 카보베르데와 스위스를 상대로 연장전을 치렀고 이집트전에서는 두 골을 먼저 내주고도 3-2로 뒤집었는데요.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에서도 후반 40분까지 0-1로 끌려갔습니다. 그러나 엔소 페르난데스(첼시)의 동점골과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 밀란)의 추가시간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두 골 모두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의 패스에서 시작됐죠.
아르헨티나는 7전 전승과 대회 최다인 19득점을 기록했지만, 토너먼트 네 경기에서 모두 실점했는데요. 스페인이 좀처럼 틈을 내주지 않고 올라왔다면, 아르헨티나는 매번 위기를 넘기며 살아남았습니다.

결승을 상징하는 선수는 스무 살 차이의 리오넬 메시와 라민 야말입니다. 두 사람은 2007년 유니세프 자선 달력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는데요. 당시 스무 살이던 메시가 갓난아기 야말을 목욕시키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19년 뒤 한 사람은 바르셀로나의 전설로, 다른 한 사람은 바르셀로나의 현재를 대표해 월드컵 결승에서 만나게 됐죠.
메시는 이번 대회 8골 4도움으로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이끌었는데요. 야말은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당기며 스페인의 공간을 만들죠. 두 선수의 직접적인 맞대결보다 한 세대의 마지막과 다음 세대의 시작이 같은 결승에 섰다는 상징성이 더 큽니다.


스페인은 로드리(맨체스터 시티)를 중심으로 공을 소유한 뒤 야말과 니코 윌리암스(아틀레틱 클루브)가 측면을 공략하는데요. 프랑스도 준결승에서 스페인의 중원 우위를 막지 못해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에게 공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아르헨티나는 로드리의 패스를 끊어 메시에게 빠르게 연결해야 하죠. 메시를 막으려고 스페인 수비가 앞으로 나오면 훌리안 알바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뒷공간을 노릴 수 있는데요. 알바레스를 선발로 내세울지, 잉글랜드전 결승골을 넣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 밀란)를 먼저 투입할지도 변수입니다.
선제골도 중요한데요. 스페인이 앞서면 공을 돌리며 아르헨티나의 체력을 소진시킬 수 있습니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진다면 미켈 메리노(아스널)와 라우타로 등 후반 교체 자원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죠.

스페인은 7경기를 모두 정규시간 안에 마쳐 630분을 뛰었는데요. 반면 아르헨티나는 두 차례 연장전을 치르며 690분을 소화했죠. 준결승도 스페인보다 하루 늦게 치러 휴식 시간이 짧습니다.
거기다 결승전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께 열리며 30도 안팎의 더위도 예상되죠. 후반 들어 아르헨티나의 압박과 수비 복귀 속도가 유지되는지 지켜봐야 하는데요. 스페인에서는 준결승 뒤 다리를 절었던 야말과 근육 과부하 증세를 보인 페드로 포로(토트넘 홋스퍼)의 몸 상태가 변수죠.

두 팀의 유일한 월드컵 맞대결은 1966년 조별리그로, 당시 아르헨티나가 2-1로 이겼는데요. 공식 대회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60년 만입니다.
유로 2024 우승팀 스페인과 코파아메리카 2024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올해 3월 ‘피날리시마’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일정과 장소에 합의하지 못했는데요. 무산됐던 대륙 챔피언전이 월드컵 결승에서 성사된 셈이죠.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면 1962년 브라질 이후 64년 만에 월드컵 2연패를 달성하는데요. 스페인은 2010년 이후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죠. 우승팀은 5000만달러(약 740억원), 준우승팀은 3300만달러(약 488억원)의 상금을 받습니다.

골든부트 경쟁에서는 8골 4도움의 메시가 같은 8골을 넣은 음바페보다 도움 1개 차이로 앞서 있는데요. 프랑스가 먼저 3·4위전을 치르는 만큼 음바페의 득점 여부에 따라 결승에 나서는 메시의 과제도 달라집니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은 6골, 스페인의 오야르사발은 5골을 기록 중이죠.
대회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은 메시와 로드리의 경쟁으로 압축되는데요. 메시는 2014년과 2022년에 이어 사상 첫 세 번째 수상에 도전합니다.
골든글러브는 7경기 1실점과 6차례 무실점을 기록한 우나이 시몬이 유력하죠. 다만 승부차기까지 간다면 2022년 수상자인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가 경쟁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영플레이어상은 야말이 앞선 가운데 파우 쿠바르시(바르셀로나)도 후보로 꼽히죠.

폐막식은 20일 오전 2시 30분 시작됩니다. 포스트 말론과 로비 윌리엄스, 니콜 셰르징거, 로라 파우시니, 아이쇼스피드가 무대에 오르고 톰 크루즈가 특별 출연죠. 제니퍼 허드슨은 미국 국가를 부릅니다.
오전 4시 킥오프 뒤에는 월드컵 결승 사상 첫 하프타임 쇼가 열리는데요. 마돈나와 샤키라, 방탄소년단(BTS), 저스틴 비버가 공동 헤드라이너로 나서고 버나 보이와 구스타보 두다멜, PS22 합창단과 콜드플레이도 참여하죠.
공연은 11분이지만 무대 설치와 철거로 하프타임이 최대 30분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요. 평소보다 긴 휴식 뒤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경기 감각을 되찾는지도 변수가 될 전망이죠. 입장권 한 장당 1달러는 전 세계 어린이의 교육과 축구 지원을 위한 기금에 기부됩니다.
48개국이 벌인 39일간의 승부는 이제 단 한 경기만을 남겼는데요. 한 골도 쉽게 내주지 않은 스페인과 몇 번이나 벼랑 끝에서 돌아온 아르헨티나. 두 팀의 마지막 8번째 경기. 그 종료 휘슬이 울리면 역대 최대 월드컵의 마지막 주인공도 마침내 가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