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조사 중간점검서 27.6% 포착…수도권·토지거래허가구역 등 포함
9월 5개 지역서 AI 농축산물 가격 비교…가격안정제 8월 시행
농협 개혁·농촌 기본소득 확대…K-푸드+ 수출 160억달러 도전

정부가 8월부터 전체 농지의 절반을 넘는 규모를 심층조사할 전망이다. 농지 전수조사 중간점검에서 조사를 마친 필지의 27.6%가 무단 휴경이나 불법 전용·임대차 위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데다 수도권 전 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당초부터 정해진 심층조사 대상까지 포함한 결과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는 농축산물 가격 불안을 줄이기 위한 가격안정제를 도입하고 AI를 활용한 마트별 가격 비교 서비스도 내놓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청와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농축산물 생산·유통체계 개편 △농업·농촌 AX △농가 경영안전망 강화 △K-푸드+ 수출 확대 △에너지 전환 △동물복지 전환 등 6대 역점과제를 중심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정부는 농지 투기 근절을 위한 전수조사를 본격화한다.
농식품부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된 농지 136만ha 중 14일까지 97만ha(71%)에 대한 기본조사를 진행했다. 중간점검 결과 조사를 마친 필지 중 무단 휴경과 불법 전용·임대차 위반 가능성이 있어 현장 확인이 필요한 비율은 27.6%였다. 이는 위법이나 투기 농지로 확정된 비율이 아니라 기본조사에서 위반 가능성이 포착된 농지다.
농식품부는 여기에 수도권 전 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애초부터 심층조사 대상으로 정한 농지를 더하면 8월부터 진행할 심층조사 물량이 올해 기본조사 대상 농지의 50%를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심층조사 대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수도권 전 지역, 경매로 취득한 농지, 농업법인·외국인 소유 농지, 최근 10년 내 취득 농지, 최근 10년 내 관외 거주자가 취득하거나 공유 취득한 농지, 과거 적발 농지, 기본조사 결과 의심 농지 등 10대 심층조사군이다. 경기도 전체 농지는 드론으로 촬영한다.
농식품부는 이달 말 기본조사를 마치고 8월부터 심층조사에 들어간다. 조사 과정에서 농지 거래가 위축되고 임차농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에는 농지 매입 물량 확대와 직거래 플랫폼 신설, 임대차 특별정비기간·신고센터 운영, 대체농지 제공 등으로 대응한다.
농협 개혁은 감사기구 독립과 중앙회장 선출 방식 개편에 초점을 맞춘다. 농협감사위원회를 외부 독립법인으로 신설하고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한편 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는 1차 개혁안을 하반기 처리한다.
감사위원회 구성은 당정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조정됐다. 정부는 당초 감사위원을 7명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당정·국회 논의를 거친 수정안에서는 5명으로 줄이고 위원 추천 방식도 일부 변경했다.
경제사업 활성화와 조합 경쟁력 강화를 담은 후속 개혁안도 연내 마련해 입법을 추진한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사전브리핑에서 “도시농협이 소비지 유통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부분이 2차 개혁안의 중요한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개정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8월 시행되는 데 맞춰 농산물 수급 관리 체계를 개편한다. 사전에 소비량을 예측해 적정 재배면적을 정하고 생육·공급 상황을 관리한 뒤 불가피하게 가격이 하락하면 가격안정제를 가동하는 구조다.
쌀은 전략작물 전환 인센티브 대상 품목을 5개에서 9개로 늘리고 수급조절용 벼도 새로 운용한다. 식량자급률 목표를 현재 55.5%보다 높여 다시 설정하고 식량안보법 제정도 추진한다.
가격안정제는 국민 체감도가 높고 가격 변동에 민감한 품목부터 적용한다. 김 차관은 기본 구상에 대해 농산물 생산에 들어간 경영비 이상을 보전하되 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을 함께 보상하는 수입안정보험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상 품목과 보장 수준은 관련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유통 단계에서는 도매법인 간 경쟁을 강화한다. 도매법인을 상대평가해 하위 10%에는 ‘부진’ 등급을 의무적으로 부여하고 농가의 운송비와 포장비를 보전하는 출하비용보전제를 확산한다. 가락시장의 전자송품장 사용률은 연말까지 100%로 높인다.
온라인도매시장은 산지에서 소비지 마트나 온라인 판매업체로 직접 공급하는 거래를 확대하고 9월 전용 물류센터 4곳을 구축한다. 올해 거래액 목표는 1조5000억원이다.
9월에는 웹 정보와 마트 할인 전단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인근 매장의 농축산물 가격을 비교해 주는 ‘농축산물 알뜰 소비 앱’을 5개 지역에서 시범 출시한다. 수원·창원 등 규모가 큰 도시를 중심으로 약 1년간 운영하며 대형마트와 중소형 마트, 슈퍼마켓, 전통시장까지 가격 조사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김 차관은 “현재 대형마트들과는 가격정보 제공 부분을 협의했고 중소형 마트들과는 어떻게 조사할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농산물 유통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농협에 의존해 온 농산물 유통구조를 지적하며 정부 역할 확대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산물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9%다. 이 가운데 소비지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약 26%를 차지한다. 산지 수집·출하와 도매 단계의 비용은 줄었지만 소비자 요구에 맞춘 선별·포장 강화 등으로 소비지 단계의 비중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대통령 주문과 관련해 김 차관은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내년 예산 사업에 일부 그런 내용도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 분야의 AI 전환도 속도를 낸다. 무안에 민관 공동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AI 농장과 데이터센터 등을 집적한 ‘K-AI 농업 선도지구’를 조성한다. 작물 수확·선별과 착유, 무인 사료 급이 등 25개 AI 적용 모델은 조기에 상용화한다.
농촌에서는 주민 이용 패턴을 AI로 분석해 노선버스와 콜버스, 천원택시를 연결하는 맞춤형 교통 서비스를 5개 지역에서 실증한다. 고령 주민의 AI 활용을 돕는 ‘마을 AI 선생님’ 100명도 양성한다.
농가 소득 안전장치도 확대한다. 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을 함께 보상하는 수입안정보험 대상 품목을 15개에서 20개로 늘린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기존 재파종 비용뿐 아니라 피해가 발생할 때까지 투입한 생산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재해복구비 체계도 개편한다.
외국인 계절노동자는 지난해보다 20.6% 늘어난 10만5000명을 배정하고 공공형 계절노동 운영 지역도 90곳에서 142곳으로 확대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기존 10개 군에 이어 화천·보은·진안·무주·구례·보성·청송 등 7개 군에서 8월부터 추가 지급한다. 농식품부는 먼저 지급을 시작한 10개 군의 인구가 지난해 9월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9%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설문조사에서는 직업 등 생계 문제가 전입의 결정적 요인으로 나타났고 자연·주거환경 등은 부가적 요인으로 조사됐다.
현재 사업을 시행하는 17개 군은 2년간의 시범사업 기간에 따라 내년에도 지급을 이어간다. 추가 지역 선정 여부와 규모는 내년도 예산을 놓고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다. 농식품부는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을 기본소득 사업의 잠재적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K-푸드+ 수출은 올해 160억달러 달성에 도전한다. 대기업의 해외 유통망과 중소 식품기업을 연계하고 라면과 김치처럼 품목을 묶어 판매하는 ‘짝꿍 마케팅’을 확대한다.
중동 전쟁 이후 달라진 시장 여건을 반영해 국가별 수요가 높은 품목과 시장에 지원을 집중한다. 중남미에서는 떡볶이 등 분식류 수출을 확대하고 국가마다 다른 농기계·농약·스마트팜 등의 인허가 규제를 지원하는 ‘농산업 글로벌 인·허가 통합지원단’도 운영한다.
영농형 태양광과 가축분뇨 고체연료를 활용한 농촌 재생에너지 사업도 확대한다. 반려동물 분야에서는 공공·상생동물병원을 도입하고 전국 4000여개 동물병원의 개별 진료비를 공개할 방침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우리의 정책 성과는 국민들께서 체감하시는 삶의 변화, 현장의 변화로 평가 받아야 한다”며 “올해 상반기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농정의 틀을 개편하는 데 집중했다면, 하반기에는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