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산지 물량에 가격 협상력 약화…온라인 전환만으론 한계
산지에서는 가격 폭락으로 농민이 밭을 갈아엎는데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값에 농산물을 산다. 산지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고,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장바구니 물가는 급등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가격이 왜곡되는 농산물 유통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15일 정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49.2% 수준이다. 소비자가 농산물 1만원어치를 사면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5080원이고 나머지 4920원은 운송과 선별·포장, 하역, 보관, 판매 과정의 비용과 유통이윤으로 쓰인다는 의미다.
다만 이를 모두 중간상인의 폭리로 볼 수는 없다. 농산물은 쉽게 상하고 크기와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산지 선별과 저온저장, 소포장, 운송 과정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불가피한 비용 위에 낡은 거래 방식과 중복 물류가 겹쳐 있다는 점이다.
도매시장 상장 물량의 경매 비중은 84.1%에 달한다. 농산물이 시장에 들어온 당일 반입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다 보니 물량이 몰리면 산지가격이 급락하고, 공급이 줄면 가격이 급등한다. 전자송품장 사용 비중도 13.6%에 그쳐 시장에 들어올 물량을 미리 파악하기 어렵다. 생산량 변화가 연간 가격을 흔든다면 경매 중심 거래는 일별·주별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다.
거래 단계마다 실제 농산물도 함께 움직이는 ‘상물일치’ 방식도 비용을 불린다. 산지에서 도매시장과 중도매인, 소매점을 거치는 동안 운송·하역비가 반복해서 붙고 선별·소분·재포장 작업도 중복된다. 현장과 전문가들은 가락시장에 반입된 물량 가운데 약 20%가 다른 시장으로 다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할 정도로 역물류도 적지 않다.
산지의 협상력이 약한 것도 문제다. 소규모 농가가 제각각 출하하면 도매법인이나 대형 유통업체를 상대로 가격과 출하 시기를 조정하기 어렵다. 생산·저장·출하 물량에 대한 정보도 분산돼 가격이 흔들린 뒤 비축 물량을 풀거나 수매·출하 조절에 나서는 사후 대응이 반복된다.
정부는 온라인도매시장과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를 키워 유통단계를 줄이고 2030년까지 유통비용을 10% 절감한다는 목표다. 농협도 전속출하와 예약형 정가수의 거래, APC 직송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만 넓힌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흩어진 산지 물량을 조직화하고 공동 물류와 저장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생산부터 소매까지 가격과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농민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덜 비싸게 사는 구조를 만들려면 거래 방식과 물류망, 정부와 농협의 역할을 함께 바꿔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농산물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개선과 정부의 역할 강화를 주문한 만큼 기존 대책을 점검하면서 정부가 직접 참여하거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