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웃도는 고물가 외에 환율ㆍ부채ㆍ성장 '한 방향'

한국은행이 1년 넘도록 2.5%로 유지해왔던 기준금리를 2.75%로 전격 인상했다. 3%대를 상회하는 고물가와 고환율, 여기에 반도체발 고성장 및 가계부채 확대 이슈까지 복합적인 국내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한은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p) 높인 2.75%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신현송 한은 총재가 주재한 두 번째 회의로, 신 총재와 유상대 부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3년 6개월 만이다. 앞서 한은이 가장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시기는 2023년 1월이 마지막이다. 최근 12개월 간 지속돼 온 금리 동결 행진 역시 막을 내리게 됐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2.5%로 조정한 이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8회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을 이어왔다.
한은의 금리 인상 주요 배경으로는 고공행진 중인 물가 상승률이 꼽힌다. 최근 두 달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3.1%와 3.2%로, 한은 목표치(2%)를 크게 웃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체감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월 1.8%에서 3월 2.3%, 4월 2.9%, 5월 3.3%, 6월 3.4% 등으로 계속 높아졌다.
반면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인한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긴축 여력을 키운 상태다. 정부가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한은의 5월 전망치(2.6%)보다 0.4%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도 평균 3.0%로 집계됐다.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인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 환율 상승 흐름 역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더하는 요소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정책 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5월 말보다 7조6000억원 늘어 2024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고환율 이슈 역시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차가 좁혀지면 원화 가치 절하 압력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
실제 신현송 한은 총재는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와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수 차례에 걸쳐 긴축을 예고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시장 전망과도 일치한다. 본지가 지난주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1명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12명 중 10명은 만장일치 인상을 전망했고 나머지 1명은 동결 소수의견이 있는 인상 결정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동결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은 12명 중 1명에 그쳤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과반수인 66명이 인상을 전망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 인상을 시작으로 연내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윤지호 BNP파리바 전무는 "최근 유가가 기존 경로보다 조금 내려온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근원물가 방향에 따른 경제주체 반응을 확인하고 갈 필요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8월 한 차례 동결한 뒤 10월 추가 인상이 이뤄질 여지가 높다"며 "향후 한은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 역시 물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