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책대출 확대해야" vs "공급 부족한데 집값만 자극"
부모 지원·소득 따라 구매력 달라…'청년=실수요자' 공식엔 물음표

정부가 실수요자와 투기수요를 구분해 부동산 금융규제를 정교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정작 '누가 실수요자인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청년·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를 위해 정책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부모 지원이나 높은 소득으로 이미 구매력을 갖춘 청년까지 일률적으로 지원하면 집값만 자극할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섰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를 열고 학계·전문가, 금융·주택·건설업계, 일반 국민 등의 의견을 들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청년과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를 보호할 방법은 무엇인지,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어떻게 정교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말씀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청년 대출규제 완화를 두고는 의견이 뚜렷하게 갈렸다. 이대열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은 "청년층은 축적된 자산은 부족하지만 향후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계층"이라며 "정부 지원이 없으면 부모의 자산 지원 여부에 따라 주택 구매 가능성이 갈리고 청년층 내부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규제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금융지원을 늘리면 청년층이 살 집값만 올라가고 늘어난 대출 여력은 매도자와 개발업자에게 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 주거 문제는 대출규제 완화보다 공공정책과 공급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년=실수요자'라는 전제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청년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며 "도와줘야 할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이 있다"고 말했다. 부모 지원이나 높은 소득, 사내대출 등을 통해 상당한 구매력을 갖춘 청년과 실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을 같은 기준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 상무는 "중요한 것은 실수요자의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무주택자라고 해서 모두 실수요자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세대출을 두고는 일률적인 확대보다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세대출이 월세보다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장점이 있지만 공급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수요를 늘려 전셋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전세보증부 대출은 취약한 계층에게 한정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도 제안됐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주택·다주택자·거액 대출 등에 추가 비용을 부과해 대출의 양을 직접 제한하기보다 비용을 높여 수요를 조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금리에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더하면 주담대 수요와 주택 수요를 함께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목표를 1.5%로 유지하고 DSR 소득심사와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이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부동산 문제는 실타래처럼 많이 얽혀 있어 한쪽에서는 대출을 풀자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며 "오늘 나온 다양한 의견을 정리해 23일 종합토론회에서 더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