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영화는 사유의 경험...관객에게 극장 가는 ‘실감’ 선사해야”[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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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백 일괄 적용하되 소외계층 위한 ‘구독제' 등 보완책 병행해야

“독립영화가 관객에게 닿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특정 영화제를 가거나 개봉을 하기 위한 일종의 공식에 맞춰 영화를 만들다 보니 이전 작품들을 답습하고 흉내 내는 뭉툭한 영화들이 확실히 늘어났어요.”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한국독립영화협회 제공)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14일 서울 마포구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독립영화계의 현주소를 이같이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발하고 과감한 시도를 하는 영화들이 오히려 정부 지원 심사나 배급 시장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정한 제작 방식이나 소재를 선택하면 영화제 초청과 개봉에 유리하다는 이른바 ‘족집게 공식’이 영화계에 퍼져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 독립영화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 등 정부 지원금 없이는 장편 데뷔조차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극장에서 독립영화가 사실상 배제되기 때문에 흥행을 통한 제작비 회수는 불가능에 가깝다. 백 이사장은 “독립영화 전용관의 티켓 가격을 1만 원으로 잡고 관객 1만 명을 동원한다고 해도 총 매출 1억 원 중 극장과 배급사가 절반씩 나누고 세금을 떼고 나면 제작사 손에 쥐어지는 정산금은 4000만원에서 5000만원 수준”이라며 “제작비와 개봉 비용을 고려하면 외부 투자가 원천적으로 막힐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문체부는 최근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홀드백(극장이 개봉한 영화가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갈 때까지 걸리는 유예기간) 제도 도입 등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백 이사장은 이에 대해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민의 반발을 사지 않기 위한 세심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홀드백만 덩그러니 발표하면 관객 입장에서는 ‘왜 내가 편하게 안방에서 볼 권리를 빼앗느냐’며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상영 스크린 독과점 집중 제한이나 객단가 문제 등 영화계에 쌓인 불합리한 유통 질서 개선책이 동시에 실행되어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홀드백 규정에 수많은 예외 조항을 두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관객의 혼란을 가중시켜 홀드백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 이사장은 “홀드백을 도입했는데도 예외 조항에 따라 일부 영화가 한두 달 만에 OTT에 풀려버리면 관객은 ‘조금만 기다된다’는 인식에 갇혀 극장을 찾지 않게 된다”며 “예외 조항을 최소화해 홀드백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관객의 인내심과 관람 습관을 되돌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극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이나 장애인을 배려하는 보완책도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극장에서 금방 내려간 독립영화들이 유료 구매(TVOD) 시장에서라도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플랫폼 내 ‘독립영화 우선 노출’과 같은 상생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게 백 이사장의 설명이다.

더불어 최근 지지부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구독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 예산 보전 한계로 극장가에서 난색을 보이는 만큼, 전 국민 대상이 아닌 청소년과 노년층 등 소외계층을 타깃으로 세분화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극장에 모여 타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울고 웃는 ‘공동의 경험’을 쌓는 것은 가성비로 치환할 수 없는 영혼의 자산”이라며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 정부 지원 정책으로서도 훨씬 명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 이사장이 바라보는 극장의 본질은 ‘사유와 위안의 연대’가 일어나는 장소다. 키오스크의 차가운 기계음 대신 사람의 온기가 오가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호흡하는 경험 그 자체다. 백 이사장은 “제작비 대비 가성비로만 영화를 판단하는 지금의 세태가 아쉽다”며 “비록 잔잔하고 지루할지라도 스크린을 마주하고 사유하며 휴식할 수 있는 극장만의 고유한 경험을 되찾아주는 것이 영화인들이 관객에게 건네야 할 진짜 약속”이라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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