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진 당첨설로 불붙은 ‘로또 청약’ 논란⋯분상제·가점제 개편론 확산

기사 듣기
00:00 / 00:00

디에이치 방배 추첨제 당첨설에 청년층 박탈감
시세차익 환수 위한 채권입찰제 재도입 추진
중장년 편중 가점제도 인구구조 맞춰 손질론

▲'디에이치 방배' 전경. (천상우 1000tkddn@)

최근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의 서울 강남권 아파트 청약 당첨설을 계기로 ‘로또 청약’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시세보다 크게 낮은 분양가로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청약에 참여하려면 수십억원의 자금 동원력이 필요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는 제도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분양가상한제로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환수하고 청년층에 불리한 청약 가점제도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1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안유진이 9월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방배5구역 재건축)' 일반분양 추첨제 물량에 당첨됐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는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22억원대였으나 현재 인근 호가는 40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어 당첨 시 기대되는 시세 차익만 최소 18억원에 달한다.

이런 소식은 현행 분양 제도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솔직히 현행 청약 제도는 부조리 덩어리인데 정부가 고칠 생각 없이 방치해 왔다", "분양가상한제는 애초에 적폐 제도였다", "당첨된 개인은 잘못이 없지만 자금 동원력이 있는 '영앤리치'만 진입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면서 청약 제도가 본래의 순기능을 잃었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분양가상한제는 본래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됐다.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등을 기준으로 분양가격의 상한을 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강남권처럼 주변 시세가 높은 지역에서는 분양가와 시세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면서 당첨자에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차익이 돌아가는 ‘로또 청약’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분양가는 통제하면서 당첨 이후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사실상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이 제도의 핵심 모순으로 꼽힌다.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과 달리 고가 단지는 대출 규제로 상당한 현금을 보유한 사람만 청약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일부 계층이 막대한 차익을 얻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불로소득 환수제'로 불리는 주택채권입찰제(채권입찰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의 민영 아파트 청약자를 대상으로 채권입찰제를 재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채권입찰제는 1983년 5월 청약 과열을 막고 분상제 시행에 따른 과도한 시세차익을 당첨자가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당시 민영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연 2% 금리, 20년 만기로 발행되는 국민주택채권을 사도록 하고,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낸 사람 순으로 당첨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며 실효성을 잃자 1998년 한 차례 폐지된 바 있다.

안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제도를 단순화해 분양가와 인근 시세(100%)의 차액만큼 채권을 매입하도록 설계했다. 예컨대 분양가가 20억원이고 주변 시세가 30억원이라면 차액인 10억원만큼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할인율을 20%로 가정해 채권을 즉시 매도하면 실제 청약자가 부담하는 채권매입 손실액은 2억원(10억원×20%)이 되며 실질 분양가는 총 22억원이 된다. 안 의원 측은 최근 5년간 강남 3구와 용산구 내 분상제 단지에 이를 적용했을 경우 약 1조 5300억원의 시세 차익을 환수해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로또 분양은 분양가 상한 제한으로 인해 실제 시세와 크게 차이가 발생해 주변 집값을 폭등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직접 강한 문제의식을 밝힌 만큼 채권입찰제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채권입찰제와 함께 2007년 도입 이후 19년째 큰 틀을 유지하고 있는 현행 청약 가점제 역시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합산해 만점(84점)을 산정한다. 구조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수가 많은 중장년층에게 유리해 2030 청년 세대가 자력으로 서울 인기 단지 가점제 당첨권을 따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4년 12월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청약 가점제도 개편 방향' 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가점제를 통한 민영주택 당첨자는 40~50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박인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40~50대 당첨자는 무주택 기간과 청약저축 기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확보한 상태에서 부양가족 수에 따라 당첨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4인 이상 가구가 급감하는 인구 변화를 반영해 청약 가점 체계를 개편하는 한편 세대별 불평등을 해소할 보완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서울 주요 단지에 당첨될 수 있는 70점대 중후반 가점 확보는 청년 세대에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률적인 기준 대신 연령대별 쿼터(할당제) 형태로 제도를 세분화해 보완하는 방향으로 청약 가점제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조사관은 "4인 이상 가구의 감소 등 인구·사회학적 변화를 반영해 자녀가 많은 가구가 높은 가점을 확보해 당첨 가능성이 커지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혼인과 배우자에 대한 가점을 신설하고 자녀 수에 대한 가점을 확대하는 한편 직계존속 가점을 축소하는 방안을 개편 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