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15조 상환 놓고 금융위·기획예산처 동상이몽…"재정 더" vs "지분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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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말 공적자금상환기금 청산, 잔여부채 15조1000억원
한화생명·서울보증보험 지분 매각 부진…기금 청산 대책 불투명

주가 부진으로 한화생명과 서울보증보험의 지분 매각이 지연되면서 15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잔여 부채 상환 계획을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이 심화하고 있다.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해 재정을 우선 투입하자는 금융위원회와, 국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분 추가 매각을 통한 자체 조달을 요구하는 기획예산처의 입장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2027년 기금 청산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재원 조달 방안을 둔 부처 간 조율이 지연되면서 최종 상환 로드맵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정무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공적자금상환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상환해야 할 잔여 부채는 원금 15조1000억원이다. 금융위는 2027년 청산 예정인 이 기금의 부채를 전액 갚기 위해 2026년 약 7조2000억원, 2027년 약 8조원을 상환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올해 상환액은 일반회계전입금 2조5000억원과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예보채상환기금) 전입금 4조8000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예보는 외환위기 당시 부실화한 대한생명(현 한화생명)과 서울보증보험을 공적자금으로 인수한 뒤 단계적으로 매각해왔다.

문제가 된 것은 15조1000억원 전체가 아니라, 이 중 지분 매각으로 조달하기로 한 부분이다. 올해 예보채상환기금 전입금 4조8000억원 가운데 지분 매각대금 목표는 1조8185억원인데, 현재 예금보험공사 지분 매각으로 실제 회수한 금액은 목표의 약 9%인 1610억원에 그친다.

서울보증보험 지분 매각은 지난해 3월 기업공개(IPO) 당시 지분 10%를 매각하며 첫발을 뗐다. 하지만 계획한 매각대금(3187억원)에 못 미치는 1815억원을 회수하는 데 머물렀다. 남은 지분은 1년간 보호예수에 묶였다가 올해 3월 풀렸다. 예보는 지분 4.3%(300만주)를 블록딜로 추가 매각해 1610억원을 회수했다. 이로 인해 예보의 서울보증보험 지분율은 79.56%로 낮아졌다.

또 다른 매각 대상인 한화생명(지분 10%, 8685만7001주)은 아직 매각 작업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한화생명 매각이 더딘 배경에는 낮은 주가가 있다. 2017년 11월 예보의 마지막 한화생명 지분 2.5% 매각가는 주당 7330원이었는데, 현재(20일 종가) 주가는 4315원으로 당시와 비교하면 40% 가량 낮다. 2002년 대한생명 매각 당시에도 헐값 매각 논란이 정치권에서 일었던 전례가 있어, 지금 서둘러 팔면 비슷한 비판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이 지점에서 부처 해법이 갈린다. 나라곳간을 지켜야 하는 기획예산처는 예보채상환기금이 주식을 더 팔아서라도 부족분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는 정부가 지난 2002년 공적자금 상환대책 수립 당시 약속한 대로 매년 일반회계에서 약 2조원씩 투입하기로 한 재정을 우선 편성해야 한다고 맞선다. 국고가 계획대로 전입되면 금융위와 예보는 주가 회복을 여유 있게 기다려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헐값 매각 비판도 피하게 된다. 다만 그만큼 기획예산처의 국고 지출 부담은 가중되는 구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주식 매각이 계획 대비 부진해 잔여 부채 상환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재원 확보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대비한 기금 청산 대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채상환기금이 보유한 지분을 낮은 가격에 팔아 현금을 확보할지, 재정을 투입해 매각 시점을 늦출지의 문제"라며 "재원 조달 방안이 조속히 구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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