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매출을 기록 중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특허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포스트 키트루다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MSD가 개발한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 흑색종, 두경부암 등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적응증을 확보하며 지난해 기준 약 317억달러(약 47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단일 품목 매출 기준으로는 키트루다가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1위인 만큼, 특허 만료를 기점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키트루다의 국내 주요 물질특허 만료는 2028년, 미국에서는 2029년으로 예정된 상태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 만료 직후 가장 먼저 출시되는 바이오시밀러에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수식어가 붙어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이미 임상 시험 막바지 단계에 진입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인 ‘SB27’의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2024년부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과 임상 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지난달 발표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4개국 163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약동학적 동등성을 입증했다. 또한 14개국 55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도 객관적 반응률(ORR)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동등한 유효성이 확인됐다.
치료 후 이상반응(TEAE)을 평가한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이상반응 발생률은 SB27 투여군이 약 92.1%, 오리지널 투여군이 약 94.9%로 유사했으며, 중등도 분포 역시 차이가 없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과 3상을 연내에 모두 최종 완료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구사했다.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CT-P51’의 글로벌 임상 3상 규모를 축소하는 변경신청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달초 제출했다. 당초 셀트리온은 총 60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진행 속도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임상 대상자 수를 220명으로 대폭 줄였다.
이번 변경으로 셀트리온은 임상 참여자 모집 기간을 줄이고, 데이터 도출 시점을 앞당겨 경쟁사들과의 출시일 격차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며, 오리지널 의약품인 키트루다와 CT-P51 간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 목표다. 환자 수가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었지만, 전체 치료 기간이 2년으로 설정된 만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비교하면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바이오 업계가 이처럼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히 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키트루다는 면역세포의 PD-1 단백질을 차단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면역관문억제제로, 기존 화학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높아 항암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적응증이 특정 암종에 국한되지 않고 확장성이 높아, 지속적으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효자 품목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주요 국가들의 친 바이오시밀러 정책 기조 역시 국내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제품이 이미 해외에서 다수 상용화했고, 오리지널 대비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유럽, 미국, 캐나다 등 주요 대형 시장들이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도입에 적극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해외 판로 확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