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취득세 강화·실태 데이터 구축 시급"

내국인들이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 묶인 사이 외국인들은 국내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해외 자금을 활용해 규제 장벽을 넘고 있다.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취득세 강화 등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외국인의 주거용 부동산 매수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주된 배경 중 하나는 해외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도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으면 내국인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만 해외 금융기관이나 본국 은행을 통해 별도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자금조달계획서에 해외 조달 사실을 기재하고 관련 입증 서류를 제출하면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도 사실상 없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내국인은 돈줄이 막혀 집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반면 외국인은 자금 조달 통로가 다변화돼 있어 국내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며 "결과적으로 자국민의 대출 문턱만 급격히 높아지면서 내·외국인 간 주택 매수 여력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규제지역에서는 일반 차주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주택 가격에 따라 2억~6억원으로 제한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40%가 적용된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고, 신한은행은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관련 세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소장은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처럼 외국인 매수세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높여 자국민 무주택자를 우대하고 시장 수급 밸런스를 맞추는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외국인 부동산 취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사례가 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하면 일반 취득세 외에 60%의 추가 취득세(Stamp Duty)를 부과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역시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이 밴쿠버 등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20%의 외국인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세제 강화 과정에서는 국제 조약과의 충돌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주택 유형이나 가격, 위치 등의 조건에 따라 차등 과세를 할 수 있으나 상호주의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고, 특히 국적에 따른 소득세 등의 차별적 적용은 OECD 모델조세협약 및 우리가 체결한 조약에 규정된 국적에 따른 차별금지조항을 위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다주택자 취득세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국인은 세대별 국내 주택 수를 합산해 취득세를 중과하지만, 외국인은 세대 구성원이 행정자료에서 누락될 경우 국내 주택 보유 수가 정확히 합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1세대 내 외국인 가족의 누락이 없도록 현재 외국인의 경우 1세대를 등록외국인기록표 및 외국인등록표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등록외국인기록표 기준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연도별·국적별·금액별·지역별·주택유형별·취득원인별·취득주택수별 등의 기준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 주택 취득 실태를 포함한 원활한 기초자료 및 원천데이터의 구축은 외국인 주택거래에 관한 세제적 여건을 올곧게 조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사안"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