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가 투자자 된 '반도체 빅2'…M&A·PF 판 키운다 [자본시장 '큰 손' 떠오른 삼전닉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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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전 영역서 베팅

삼성, 작년에만 6조 M&A 성사
SK, AI·반도체 기업 인수 검토
국내외 은행·증권사 주선 경쟁
글로벌 PE와 공동 투자 보편화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본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큰 손'으로 부상한다. 본업인 반도체 제조를 넘어 인수합병(M&A), 신주 발행(IPO·ADR),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자본시장 전 영역에서 대규모 자금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주관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글로벌 인수단이 벌어들인 총 인수수수료는 3888억원에 달한다. 이는 총 공모금액(40조230억원)의 약 0.97% 수준이다. 수수료 외에도 연관 파생 수익까지 합치면 ADR 상장으로 5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확인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와 자금 조달 능력은 국내 자본시장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먼저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M&A 시장이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은 현재 국내외 M&A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동력인 로봇·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말에는 사업지원실 내 M&A 전담 조직을 신설해 대형 거래를 위한 조직 정비도 마쳤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약 6조원 규모의 M&A를 연이어 성사시키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릅(약 2조5000억원)과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사업부(약 2조5000억원)를 인수해 전장·공조 분야를 강화한 데 이어, 미국 오디오기업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약 5000억원) 등을 인수했다.

SK그룹 역시 투자 전문 회사인 SK스퀘어를 중심으로 AI·반도체 밸류체인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인수 기회를 적극 검토 중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리밸런싱)이 진행되면서 일부 비핵심 자산 매각과 동시에 AI·반도체 중심의 신규 투자도 병행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대형 거래가 늘어나면 금융권의 인수금융 시장도 함께 확대될 전망이다. 통상 조 단위 기업 인수는 자기자본(에쿼티)과 차입성 인수금융이 절반씩 투입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거래 한 건이 성사될 때마다 수조원 규모의 인수금융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국내외 은행과 증권사 간 주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PE)와의 공동 투자도 보편화되고 있다. 글로벌 PEF는 대기업의 기술력과 산업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대기업은 PEF의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해 투자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대형 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함께 투자하는 구조가 대형 딜의 새로운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SDS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대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한 사례는 상징적이다. 삼성그룹이 자금조달에 PE를 활용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축은 주식발행시장(ECM)이다.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본시장 접근성이 다시 주목받는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이 투자한 AI·반도체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이어질 경우 공모시장에도 대형 딜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향후 그룹 계열사의 상장이나 해외 증시 상장 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외 투자은행들의 주관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AI 시대를 겨냥한 인프라 투자 확대는 PF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라인(Fab) 증설에는 수조 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단순 대출이 아닌 PF와 인수금융, 메자닌, 지분투자가 결합된 복합 금융 구조가 확산하는 추세다. 최근 SK텔레콤이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글로벌 PE들이 투자 검토에 나선 것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순한 반도체 기업을 넘어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딜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가 주도하는 투자 흐름은 단순한 기업 확장을 넘어 M&A와 인수금융, IPO, PF까지 자본시장 전 영역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되는 중"이라며 "앞으로 AI와 반도체 투자가 확대될수록 국내 자본시장 규모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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