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라면 기업들이 국내에서 제조 후 해외로 보내는 ‘수출 효자’ 단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 환경에 맞춰 생산거점을 분산·최적화하는 ‘공급망 재편’ 2막 시대를 열고 있다. 글로벌 수요 폭증 속 미국 관세 리스크, 중동 전쟁발 환율·물류비 변동성 등으로 글로벌 생산능력(CAPA) 확보 전략 다각화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K-라면이 교민 시장을 넘어 미국, 중국, 동남아 등 현지 주류 유통망에 속속 진입하면서 국내 생산만으로는 공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유통사의 안정적 공급 요구와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 필요성 등이 커지자 국내 주요 기업들은 단순 수출 중심에서 ‘권역별 생산 체계’ 전환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농심은 시장 특성에 맞춘 ‘권역별 공급 최적화’란 이원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방위적인 해외 공장 신설보다는 주요 거점의 생산량을 극대화하면서 국내 수출전용 공장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미국 시장에선 철저한 현지 생산 체계를 굳혔다. 농심은 미국 제2공장에 2024년 10월 용기면 고속라인을 추가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증설을 통해 농심 미국법인의 연간 생산가능량은 기존 8억 5000만 식에서 10억 1000만 식으로 약 20% 크게 증가, 현지 핵심주류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현지 생산 체계로 관세와 물류비 부담을 줄이는 반면 유럽 등 신시장 진출 초기에는 국내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시장의 경우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부산 녹산수출전용공장이 책임진다. 또한 라면 시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남아메리카와 서남아시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데도 녹산 수출공장이 핵심 보루 역할을 맡게 된다.
삼양식품의 글로벌 공급 전략의 핵심은 ‘생산거점 분산’이다. ‘불닭볶음면(불닭) 신화’로 해외 매출 비중이 무려 80%에 달하지만, 삼양식품은 그동안 해외 수출 품목 전부를 밀양, 원주, 익산 등 국내에서 생산해 왔다. 이로 인해 지정학적 이슈나 물류비 파동, 관세 장벽 등 돌발 악재가 발생했을 때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삼양식품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 지역적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중국에 총 2072억원을 투입, ‘삼양식품(절강)유한공사’를 건설 중이다. 작년 7월 착공, 내년 1월 준공이 목표다. 이곳이 완공되면 총 8개 라인에서 연간 최대 약 11억 개 라면 생산이 가능해진다.
국내 생산 기지도 확충했다. 작년 6월 준공한 밀양2공장에서 미주·유럽 수출 물량을 전담, 6개 라인에서 연 최대 7억 개를 생산한다. 이로써 삼양식품의 총생산능력은 기존 21억 개(원주·익산 15억 개, 밀양1공장 6억 개)에서 28억 개로 대폭 확대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는 중국 공장 건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해외 공장 검토는 없다”며 “해외 생산 기지와 판매 법인을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매출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해외 전략에 신중했던 오뚜기도 본격적인 해외 생산기지 구축,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선다.
현재 오뚜기는 베트남 박닌공장(라면류 등 생산)과 빈증공장(케첩·소스류 생산)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중국법인에선 농축액 등 원재료 가공을 위주로 운영 중이라 라면 사업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이에 오뚜기는 K-라면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미국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오뚜기는 현재 미국 공장 설립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2027년 말 완공이 목표다. 현지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주력 제품인 라면류와 소스류 등을 직접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지 시장 공략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관세·물류비 리스크 대응에 직접 나선다는 구상이다.
또한 국내 생산 기반을 재편, 전방위적 수출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오뚜기는 전일 경북 구미시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 구미2국가산업단지에 2000억원을 투입해 수출용 라면 생산공장 신설을 확정했다. 2029년 준공 예정이다. 오뚜기는 경북 구미를 중심으로 한 수출핵심 거점으로 육성하는 한편 스마트 제조와 푸드테크 분야의 협력을 병행해 글로벌 수출 역량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확대할 것”이라며 “해외 물류와 영업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 2030년까지 해외 매출 1조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