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화, 항공엔진 빅3 아성 넘본다…68兆 효과 ‘국산 심장’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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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47년간 항공엔진 1만 대 생산…최근 10년 1.8조 투자
5500파운드 터보팬·1400마력 터보프롭 공개…국내 첫 장수명 엔진 시제
첨단엔진 개발 시 2050년까지 생산유발 68조·고용유발 10만 명 기대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엔진시운전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람이 퇴근한 뒤엔 무인운반로봇(AGV·Automated Guided Vehicle)이 일을 이어받아 계속합니다. 이를 위해 온도와 습도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요. 24시간 쉬지 않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공장이 가동되는 셈이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 완제품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 프랫앤드휘트니(P&W),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빅3가 장악한 항공엔진 시장에서 한국형 엔진 독립의 첫발을 뗐다.

6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 창원1사업장 엔진부품 신공장. 미국 GE의 차세대 엔진인 리프(LEAP) 엔진부품이 생산되는 라인이다. 주황색 AGV 4대가 노란색 레일을 따라 공장 안을 분주히 오갔다. 2대는 작업자 앞으로 부품을 실어 나르고, 2대는 조립 라인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한다. 해당 라인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13명뿐. 하지만 자동화 장비와 물류 시스템이 맞물려 보잉 737 맥스와 에어버스 A320neo 등에 들어가는 엔진 부품을 쉴 새 없이 생산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항공기 부품 분야에서도 자동화가 가장 어렵다는 초정밀 가공 공정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곳이다. 가공툴 교체, 제품 장착, 물류, 치수 검사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됐다. 공장 한편 모니터에는 자재 위치와 생산 진척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작업자가 디지털 토크렌치로 볼트를 조이면 기준에 맞을 때 초록색, 벗어나면 빨간색 불이 켜진다. 항공엔진에서는 작은 조임 오차 하나도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자동화 설비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는 47년간 항공엔진 1만 대 이상을 생산해왔다. KF-21, T-50, 수리온 헬기 엔진은 물론 민항기 엔진 부품, 누리호 엔진, 각종 미사일 추진기관까지 창원사업장을 거쳤다. 글로벌 엔진 제조사에 납품한 민수용 엔진 부품은 보잉 737 맥스와 에어버스 A320neo 등 베스트셀러 항공기에 장착된다. 한화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민항기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는 2015년부터 최근 10년간 항공엔진 분야에 약 1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부품 제조만으로는 항공우주 강국이 될 수 없다.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을 직접 개발해야 기체, 엔진, 항전장비, 무장을 묶은 독자 수출 패키지가 가능해진다. 한화에어로가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 시제를 공개한 배경이다. 단수명 미사일 엔진은 국내 개발 경험이 있었지만, 수천 시간 이상 쓸 수 있는 장수명 항공엔진 시제 완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진 독립은 경제적 효과도 크다. 해외 엔진을 쓰면 항공기 정비와 성능개량, 제3국 수출 때 원 제작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산 엔진을 확보하면 수출 허가의 족쇄를 줄이고, 엔진 정비·부품 교체·성능개량 등 MRO 사업으로 장기 수익을 만들 수 있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진행된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최초 공개 미디어행사'에서 공개된 5500파운드 터보팬엔진(좌)과 1400마력 터보프롭엔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항공엔진 개발이 본격화되면 파급효과는 더 커진다. 산업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첨단항공엔진 개발은 2050년까지 약 68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0만 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가 기대된다.

한화에어로는 이번 무인기 엔진을 발판으로 1만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KF-21을 포함한 차세대 전투기용 첨단항공엔진 개발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무인기와 전투기뿐 아니라 수송기, 함정용, 발전용 파생 엔진 시장까지 열 기회다.

김선 한화에어로 항공사업부장은 “항공엔진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만큼 고도의 정밀함과 극한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대한민국 항공엔진 기술 자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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