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신흥국 ETF 수익률 갈랐다⋯블랙록 웃고ㆍ뱅가드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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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는 신흥국·FTSE는 선진국으로 분류
최근 1년간 수익률 격차 20%p 발생
“신흥국 ETF 수익률 좌우하는 핵심 변수국”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지난달 18일 남구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 홍보관에서 코스피 9천 포인트 돌파를 기념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인 블랙록과 뱅가드의 대표 상품은 10년 넘게 사실상 비슷한 투자 상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국을 신흥국으로 분류할지, 선진국으로 분류할지를 둘러싼 지수 사업자들의 판단 차이가 사상 최대 수준의 수익률 격차를 만들어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이머징마켓 ETF(IEMG)’는 지난달 30일 기준 1년간 약 4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쟁 상품인 뱅가드 FTSE 신흥시장 ETF(VWO)의 수익률은 그 절반인 20%에 그쳤다.

수년간 거의 같은 흐름을 보였던 두 ETF의 성과가 최근 일 년 사이에 역대급 수준으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원인은 한국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 랠리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170% 이상 급등했다.

한국 비중을 담고 있는 블랙록의 IEMG ETF는 이 상승의 수혜를 입었지만, 한국을 편입하지 않은 뱅가드의 VWO ETF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는 특정 국가나 종목에 수익률이 집중되는 시대에는 단순히 장기 보유하는 패시브 투자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운용자산이 1500억달러에 달하는 블랙록 ETF는 MSCI 신흥시장 지수를 추종한다. MSCI는 한국을 여전히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지난달 연례 시장 분류 검토에서도 이 결정을 유지했다. 따라서 블랙록 ETF는 한국 증시의 높은 수익률을 그대로 반영했다.

반면 운용자산 약 1200억달러 규모의 뱅가드의 이 ETF는 FTSE 러셀의 신흥시장 지수를 따른다. FTSE 러셀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해당 지수에는 한국이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 증시는 최근 1년간 MSCI 신흥시장지수 상승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 비중은 23%로 대만(2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반면 FTSE 지수는 한국이 빠져 있는 대신 중국과 인도 비중이 더 높지만, 이들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FTSE 러셀이 2009년 한국을 선진국으로 승격한 이후 두 지수 간 차이는 계속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영향력이 커진 것은 한국 증시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코즈웨이캐피털매니지먼트의 라이언 마이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많은 기관투자자가 여전히 MSCI 신흥시장지수를 기준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한국이 지수에 포함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올해 한국이 신흥시장지수 전체와 관련 ETF의 절대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FTSE 러셀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지수 이용자들은 여전히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며 “한국도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는 이제 단순한 소규모 편입 국가가 아니라 신흥국 ETF 수익률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면서 “이 사례는 기술적인 지수 편입 기준이 국가와 기업에 수익률이 집중되는 환경에서는 패시브 펀드 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성과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오션파크자산운용의 제임스 세인트 오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가 기초지수를 살펴보지 않고 단순히 ‘수수료가 더 싼 상품’이라고 선택하면 상당히 중요한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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