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스페이스X’ 탄생 앞두고 반독점 논란 …“경쟁력보다 세금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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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OHB CEO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 합병, 경쟁 저해”

▲독일 위성 제조업체 OHB 본사 전경. (OHP 홈페이지 캡처)

유럽판 스페이스X를 표방하는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의 우주사업 통합이 유럽 우주산업의 경쟁을 약화시키고 독점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독일 위성 제조업체인 OHB의 마르코 푹스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3개사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 정부는 공공 자금으로 추진되는 우주 프로그램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공급업체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납세자 부담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최대 항공우주 기업인 에어버스와 프랑스의 탈레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등 3사는 지난해 10월 우주사업 부문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브로모’라고 불리는 이번 합병과 관련해 조만간 유럽 경쟁당국에 기업결합(반독점)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는 에어버스·레오나르도·영국 BAE시스템스가 합작한 미사일 제조사 MBDA의 설립 방식을 모델로 삼았다.

이번 통합 추진은 유럽 우주산업이 미국과 중국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이뤄졌다. 통합을 추진하는 세 기업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푹스 CEO는 통합 기업이 스페이스X와 제대로 경쟁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스페이스X는 주로 발사 서비스와 위성통신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을 뿐, 유럽 공공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위성 제작 분야에서는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악당 일론(Evil Elon)’이라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지금 문제는 ‘악당 일론’이 아니다”라며 “유럽에서 독점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합병으로 유럽우주국(ESA),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각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우주 프로그램에서 경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사업은 대부분 공공조달을 통해 발주되는 만큼, 경쟁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이러한 변화가 OHB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유럽 독자 위성항법시스템(갈릴레오)과 같은 대표적인 프로젝트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입찰자가 줄어 경쟁이 약화되고, 결국 납세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OHB는 지난달 최대 5억1000만유로(약 8900억원)를 조달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푹스 CEO는 이번 자금 조달이 브로모 합병에 대응해 보다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합병으로 경쟁사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히 OHB에는 기회가 된다”며 “나는 이번 합병의 수혜를 보게 되겠지만, 유럽이 이런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정말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그는 독일 정부가 이번 브로모 합병을 ‘프랑스-독일 우호의 상징’으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독일은 미래전투항공체계(FCAS·Future Combat Air System)와 같은 공동 방위사업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한편, 역사적인 규모의 군비 확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푹스 CEO는 “큰 그림은 독일이 재무장에 나서고 있지만 주변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러한 위성 합병이 필요한 것이다. ‘전투기 공동사업은 취소하지만, 우주 분야에서는 함께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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