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전쟁의 여파가 동남권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제조업 생산과 수출, 고용 등 주요 실물경제 지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동남권은 산업 구조상 중동발 충격에 취약해 전국 평균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NK금융그룹 산하 BNK경영연구원은 6일 발표한 '이란전쟁 여파와 동남권 경제 영향' 보고서에서 "2026년 2분기 이후 전쟁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동남권 경제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동남권 제조업 생산은 석유화학·정제, 고무·플라스틱 등 석유 기반 산업 부진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수출 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22.0% 줄어들며 64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고용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위축되면서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 동월 대비 6000명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원은 동남권 경제가 전국보다 큰 충격을 받은 배경으로 이른바 'R.I.S.K 경제구조'를 지목했다.
이는 정유·석유화학 산업 집적(Refining & Petrochemical Concentration),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Import Dependence on Middle Eastern Oil), 해운·항만 산업 발달(Shipping & Port Logistics Exposure), 핵심 수출산업 집적(Key Export-Oriented Industry Cluster)을 의미한다.
동남권의 주력 산업과 물류 체계가 중동 원유와 글로벌 공급망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지정학적 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경기 둔화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 과정에서 훼손된 공급망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종전 이후에도 국제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까지 겹치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특히 지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장기 성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에 이어 이번 전쟁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전국과 동남권 간 성장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전국 경제가 연평균 2%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동남권이 전국 평균 성장 궤도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연평균 6.7%, 10년간 연평균 4.3%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피해 기업과 취약계층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조적 취약기업에 대해서는 사업 전환 컨설팅과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연착륙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 주력 산업의 고도화와 지식서비스업 육성, 친환경·인공지능(AI) 기반 첨단산업 확대를 통해 산업 체질을 개선하고, 인재 양성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충기 BNK경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남권 경제는 대외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전국보다 충격은 크게 받고 회복은 더딘 모습이 반복돼 왔다"며 "위기에 강한 산업 기반과 회복력이 높은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보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