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전 세계 VLCC 10% 통제"
호르무즈 다크 운항 통해 막대한 수익

호르무즈 해협 위기로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로가 흔들리자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유를 해협 밖으로 빼내는 ‘셔틀 운송’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국 해운사인 시노코(SINOKOR)그룹이 대규모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선단을 투입,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한국 해운사 장금마리타임(영문명 시노코) 정태순 회장의 장남인 정가현 부회장이 70억달러(약 9조8000억원)를 투입해 구축한 세계 최대규모 VLCC 선단이 유례없는 수익을 거둔 것을 블룸버그는 조명했다.
시노코그룹은 한ㆍ중 컨테이너선을 정기 운항하며 성장한 중견 해운사다. 160척 이상의 선박을 운용 중인 가운데 약 절반은 원유 200만 배럴 이상을 운반할 수 있는 VLCC다. 블룸버그는 “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미국과 이란의 임시 평화 합의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를 해협 밖으로 옮기는 방식을 활용했다”며 “선박들은 위치신호 장치인 트랜스폰더를 끄고 이른바 ‘다크 운항’을 한 뒤, 해협 밖에서 대기 중인 다른 유조선에 원유를 옮겨 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들은 다시 페르시아만 안쪽으로 들어가 원유를 싣는 방식이 반복됐다. 이른바 셔틀 운송이다.
이 같은 운항 방식은 그동안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제재 대상국의 원유 수송에서 주로 거론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상 산유국인 UAE가 전쟁 리스크를 피해 원유 수출을 이어가기 위해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는 위험한 해협을 반복해서 오고갈 대형 유조선단이 필요했고 시노코그룹이 핵심 역할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노코 선단은 4월 중순부터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에 선박을 임대하기 시작했고, 6월에는 UAE 원유 수출 물량의 거의 절반이 시노코 선단을 통해 운송됐다.
시노코 선단의 역할은 전쟁 이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정태순 회장은 올해 초 초대형 원유운반선 VLCC를 대거 사들이며 해운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노코그룹의 정가현 부회장이 약 70억 달러를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 선단을 구축했다”라며 “전 세계 VLCC의 약 10%를 통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VLCC 유조선 운임 시장은 변동성이 크다. 단기간에 대규모 선단을 확보하는 전략은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이 막히자 아시아 수요자들은 유럽과 미국산 원유 확보에 나섰고, 원유 운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VLCC 운임도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시노코그룹의 수익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면서 선박 브로커들을 인용해 “4월 중순 이후 셔틀 운항에 투입된 유조선 3척만으로도 시노코그룹이 6000만~1억2000만 달러를 벌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나아가 “시노코선단이 4월 이후 UAE의 페르시아만 항구에서 하루 평균 최소 68만 배럴, 6월에는 하루 14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운송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전쟁이 잦아든 뒤에도 시노코선단의 선박 운항은 지속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이란의 임시 휴전 이후에도 시노코그룹이 초대형 유조선을 페르시아만에 추가로 보내고 있다”며 “시노코선단은 UAE 물량뿐 아니라 걸프 지역 다른 원유 화물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시노코그룹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는 VLCC 위치나 운항 경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자체 보유 VLCC를 비롯해 임차 선박 등을 포함, 광범위한 선단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