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문턱 낮아지지만…배터리 구독제가 바꿀 車시장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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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구매 부담 낮춰 전기차 대중화 촉매
월 구독료·주행거리 요금은 새 변수
완성차 판매 공식 구독형으로 전환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서 시민들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김예연 인턴기자 kimye@)

전기차 배터리 리스제가 도입되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격 구조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소비자가 차량을 살 때 배터리 가격을 한꺼번에 부담하지 않고 매달 구독료를 내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면서 전기차 초기 구매 비용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어서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도 도입으로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가격 장벽’ 완화다. 그동안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한 핵심 요인은 높은 초기 가격이었다.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불안도 변수였지만 가격 부담이 가장 직접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배터리 리스제가 시행되면 정부 보조금 축소 이후 둔화한 전기차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소비자 부담은 단순히 차량 가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월 구독료 10만원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주행거리 요금, 배터리 사용 조건, 보증 범위 등이 별도로 붙을 수 있어서다. 구매 시점의 가격은 낮아져도 장기간 운행하면 총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전기차 충전요금이 휘발유·경유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지비 부담은 내연기관차와 비슷하거나 낮아질 수 있지만 요금 설계가 관건이다.

완성차 업계의 사업 모델도 바뀐다. 지금까지 자동차 판매는 차량 전체를 소비자에게 넘기는 구조였다. 배터리 리스제가 도입되면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이 분리된다. 완성차 업체나 별도 리스 사업자가 배터리를 보유하고 소비자는 사용료를 내는 방식이다. 이는 자동차 판매 이후에도 배터리 관리, 교체, 회수,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순환형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중고차 시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전기차 중고차 가격은 배터리 성능과 잔존 수명에 크게 좌우된다. 배터리 소유권이 분리되면 중고 전기차 가격 산정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차체 가격은 낮아지는 대신 배터리 구독 계약을 승계하거나 새로 체결해야 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에게는 배터리 성능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거래 구조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보험과 금융 시장도 영향을 받는다. 차량가액에서 배터리 가격이 빠지면 자동차보험료 산정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할부·리스 상품도 차체 금융과 배터리 구독 상품으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과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전기차 전용 상품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리스제가 전기차 대중화의 촉매가 될 수 있지만 제도 설계가 허술하면 소비자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월 구독료가 낮아 보여도 장기 사용 비용, 중도 해지 조건, 사고 시 배터리 책임, 중고차 거래 시 계약 승계 방식이 명확하지 않으면 시장 안착이 쉽지 않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리스제의 성패는 전기차를 싸게 보이게 하는 제도에 그칠지, 실제 총소유비용을 낮추는 제도로 자리 잡을지에 달려 있다”며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혜택은 구독료, 보조금, 충전요금, 중고차 가치가 맞물린 최종 비용 구조에서 결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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