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자금 유출을 막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출시 한 달 만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거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해외로 향하던 자금도 일부 국내로 돌아왔다. 하지만 시장의 활력보다 더 크게 부각된 것은 변동성이었다.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고환율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국내 투자자금이 미국·홍콩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빠져나가자 금융당국은 같은 상품을 국내에도 허용해 자금 유출을 줄이려 했다.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홍콩 상장 레버리지 ETF가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점도 제도 도입에 힘을 실었다.
도입 직후 자금은 순식간에 몰렸다. 출시 한 달 만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22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 자금도 이들 상품에 집중됐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보다 하루 수익률을 좇는 매매가 시장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성과는 기대와 달랐다. 최근 한 달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개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대 손실은 35.9%에 달했다. 급등락이 반복되는 장세에서는 음의 복리 효과가 손실을 키웠다.
시장 변동성도 극단으로 치달았다. 3일 코스피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758.18포인트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이보다 컸던 날은 코스피가 9.99% 급락했던 지난달 23일뿐이다. 하루 수백 포인트씩 출렁이는 장세는 이제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됐다.
애초 기대했던 해외 투자자금 환류와 환율 방어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에 투자된 자금 규모와 비교하면 국내 유입은 제한적이었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1532.65원을 나타내며 여전히 153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자금 유출을 막아 외환시장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책 목표가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책을 바라보는 당국의 태도도 달라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회 서면 답변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반도체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과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판단은 달랐다.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해외 상장 상품과의 규제 불균형 해소와 국내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 방지 효과에 무게를 뒀다.
금융당국도 괴리율과 유동성공급자(LP) 관리 강화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상장폐지를 포함해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 달 전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카드였던 제도가 이제는 시장 안정을 위해 손질해야 할 대상으로 바뀐 셈이다.
시장을 키우겠다는 목표와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거래대금이 늘었다고 시장의 체력이 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단기 수익을 좇는 자금이 특정 상품과 종목에 집중될수록 주가는 기업가치보다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장기 투자자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해외 자금을 붙잡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불과 한 달 만에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보완 대상으로 바뀐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본시장 경쟁력은 거래대금을 늘리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가치에 자금이 오래 머물고 투자자가 시장을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금융당국이 다시 고민해야 할 진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