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TO, 조각투자 넘어 정형증권·유통 인프라 설계 과제

크립토 관련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거래소에서 실물자산 토큰화(RWA) 인프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토큰화 증권 인프라 기업이 상장 직후 자사 주식 토큰화에 나서면서 시장 관심도 커졌다. 국내 토큰증권(STO) 시장도 내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형증권 토큰화와 유통 인프라 설계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STO 인프라 기업 시큐리타이즈(Securitize)는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당일 자사 주식 토큰화에 나서며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크립토 기업 상장은 불리쉬(Bullish)와 제미니(Gemini) 등 거래소가 주도했다. 비트코인 가격 회복과 규제 완화 기대를 바탕으로 거래소 중심의 IPO가 이어졌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크라켄(Kraken) 등 주요 거래소의 상장 일정이 미뤄지는 사이 커스터디(수탁) 기업 비트고(Bitgo)와 STO 인프라 기업 시큐리타이즈처럼 제도권 금융과 맞닿은 크립토 인프라 기업이 전면에 나섰다.
시큐리타이즈는 블랙록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인 비들(BUIDL) 등 토큰화 상품의 발행·이전·관리 인프라를 제공해온 기업이다. MMF와 채권, 사모펀드, 주식 등을 토큰으로 발행하고 투자자 확인, 명부 관리, 배당·상환, 유통시장 거래까지 지원한다. RWA 시장 내 입지도 뚜렷하다. 디파이 통계 플랫폼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2일 기준 시큐리타이즈의 RWA 토큰화 자산 규모는 41억4500만달러로 전체의 약 16%를 차지했다. 서클(Circle), 테더(Tether),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 등을 제치고 플랫폼별 1위에 올랐다. RWA 통계 플랫폼 RWA.xyz 기준 전체 RWA 토큰화 자산 규모도 올해 초보다 100억달러가량 늘어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시장은 국채와 MMF 중심의 토큰화에서 주식·회사채 등 정형 금융자산 토큰화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단순 자산 조각화를 넘어 발행·유통·결제 인프라를 바꾸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토큰화 주식 시장이 2025년 토큰화 주식 서비스 xStocks 출시 이후 본격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xStocks는 최근 스페이스X 등 비상장 주식 토큰화 사례로 국내 투자자에게도 알려진 플랫폼이다.
국내 STO 시장은 내년 2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규와 가이드라인 정비 단계에 놓였다. 글로벌 시장이 이미 정형 금융자산 토큰화와 유통으로 이동한 것과 달리, 국내 제도는 우선 조각투자와 비정형 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해 초기 시장을 안정적으로 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7월 하위법규도 기초자산 적격 요건, 투자자 거래한도 등 조각투자 시장 운영 기준을 중심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유통 인프라 구축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KDX와 NXT컨소시엄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본인가 준비가 가시권에 들어왔고, 예탁결제원은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과 발행 적격성 확인, 총량 관리 등 인프라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이 정형 금융자산 토큰화와 온체인 결제 실험으로 확장되는 만큼, 국내 시장도 다음 단계에서 발행 자산 범위와 유통·결제 구조를 얼마나 넓게 설계하느냐가 확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