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신항 총괄 자리, 비전문가 임명 강행

부산항만공사(BPA) 건설본부장 인선이 결국 논란 속에 마무리됐다.
공모 초기부터 정치권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김호영 전 H건설 임원이 지난 29일 자로 BPA 건설본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해운·항만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을 단순한 임원 선임이 아닌 부산항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정부 안팎에서 전국 항만공사 기능 재편과 통합론이 거론되는 시점에 부산항의 기술 분야 최고 책임자 자리에 항만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임명됐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PA 건설본부장은 단순한 공공기관 임원이 아니다.
진해신항 개발과 스마트항만 구축, 자동화 부두 조성, 항만 배후단지 개발 등 수조 원 규모의 국가 항만 인프라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다. 북극항로 개척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부산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항만업계에서는 건설본부장을 사실상 BPA의 '기술 수장'으로 부른다. 항만 건설은 일반 건설사업과 달리 부두 구조물과 준설, 물류 네트워크, 배후단지 운영, 국가 항만정책까지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만큼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요구되는 자리라는 의미다.
실제 BPA 내부에서는 건설본부장을 사실상 '기술 총괄 책임자(CTO)' 역할로 평가한다.
항만 개발은 일반 건설사업과 달리 부두 구조물, 준설, 선석 운영, 해상 물류체계, 국가항만계획, 배후단지 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분야다.
부산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본부장은 단순히 공사를 발주하고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산항의 미래 먹거리를 설계하는 자리"라며 "항만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한 직책"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선을 둘러싼 논란은 인사 결과보다 과정에서 시작됐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김 본부장의 이름이 공모 이전부터 유력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김 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전 국회의원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은 지역 정가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평가다.
실제 김 본부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박 전 의원과 함께한 정치 행사와 선거 관련 게시물들이 다수 확인된다.

정치 활동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 핵심 공공기관의 기술 분야 최고 책임자 인선 과정에서 특정 인물이 사전에 유력 후보로 거론됐고 실제 임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공공기관 인사는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며 "공모 시작 전부터 특정 인물의 이름이 계속 거론됐다는 것 자체가 조직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업계가 이번 인선을 민감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해양수산업계에서는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전국 항만공사의 기능 재편 또는 통합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 중국 항만의 급성장, 글로벌 물류 공급망 재편 등으로 국가 차원의 항만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항만공사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BPA 건설본부장은 단순히 부산항 내부 사업만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다. 향후 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와 국가 항만정책을 조율하고, 기술 현안을 협의하며, 대형 국책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다.
BPA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향후 항만공사 간 협업과 기능 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면 기술 책임자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인천이나 울산, 여수광양항만공사 기술 책임자들과 국가사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문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항만공사 통합이나 기능 조정을 검토하는 시점이라면 오히려 BPA는 가장 경쟁력 있는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부산시정에서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다시 뛰는 부산위원회' 해양수도완성분과에 해양·항만 전문가들을 전면 배치했다. 북극항로와 해양수도 부산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 논리가 아닌 전문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BPA는 정치권과의 인연이 거론되는 인사를 부산항 핵심 개발사업 총괄 자리에 임명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최종 평가는 앞으로의 성과가 결정하게 된다.
김 본부장이 진해신항 개발, 스마트항만 구축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부산항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 성과를 낸다면 현재의 논란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
반대로 전문성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이번 인선은 공공기관 인사 시스템을 둘러싼 대표적 논란 사례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업계가 문제 삼는 것은 특정 인물 개인이 아니다"라며 "항만공사 통합론까지 거론되는 중대한 시기에 부산항 기술 수장을 정치권과 가까운 비전문가에게 맡긴 것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항만의 미래를 설계할 사람을 뽑은 것인지, 정치적 관계가 우선된 인사를 한 것인지 현장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며 "결국 BPA도 정치권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피해자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