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요리 명소 30곳 묶은 ‘K-치킨벨트’ 공개
8월 우리술·9월 식품명인 투어로 미식 관광 확장

한국 여행의 무게중심이 쇼핑백에서 식탁으로 옮겨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으로 쇼핑보다 식도락을 먼저 꼽고, 한국식 치킨이 해외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한식으로 떠오르면서다. 정부가 이 흐름을 지역관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킨 지도’를 꺼냈다. 서울 유명 맛집에 쏠린 K푸드 소비를 춘천 닭갈비, 속초 닭강정, 안동 찜닭, 태백 물닭갈비 같은 지역 음식 여행으로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9일 기자와 인플루언서, 여행업계 관계자 등 60여명과 간담회를 열고 올해 하반기 미식 관광·체험 로드맵인 ‘K-미식 여정’을 발표했다.
첫 사업으로는 전국 치킨·닭요리 명소와 주변 관광지를 묶은 ‘K-치킨벨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송 장관은 이날 방송인 홍석천씨와 K-치킨벨트가 지역 골목상권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하고, 수원 왕갈비치킨·속초 닭강정·안동 찜닭 등 지역 닭요리와 전통주를 함께 선보였다.
치킨을 앞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방한 관광객에게 음식은 이미 핵심 방문 동기가 됐다. 2025년 외래관광객조사에서 방한을 고려할 때 해보고 싶은 활동 1위는 식도락 관광으로, 응답률은 61.7%였다. 쇼핑 57.3%보다 높았다.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서도 한국식 치킨은 김치를 제치고 가장 선호하는 한식 메뉴로 꼽혔다.
문제는 인기를 실제 지역 방문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K푸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관광객 소비는 여전히 서울과 일부 유명 상권에 집중되기 쉽다. 지역마다 오래된 닭요리 골목과 시장, 축제, 체험마을이 있어도 외국인 관광객이나 젊은 여행객이 한눈에 보고 움직일 만한 동선은 부족했다. 농식품부가 치킨을 ‘여행 코스’로 다시 짠 배경이다.

K-치킨벨트 플랫폼은 맛집 목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치킨·닭요리 명소와 관광명소, 지역축제, 전통시장,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지도 형태로 연결하고 추천 코스를 제안한다. 예컨대 춘천 닭갈비 여행은 신북 닭갈비거리 방문에서 끝나지 않고 고구마 캐기 체험, 삼악호수스카이워크, 전통주 만들기, 청평사, 춘천 낭만시장으로 이어지는 1박2일 코스로 구성된다. 한 끼 식사를 하루짜리 지역 소비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선정 과정에는 국민 참여도 반영됐다. 농식품부는 3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대국민 ‘나만의 치킨·닭요리 성지’ 공모에서 접수된 2700여건의 아이디어와 지방정부 추천, 현장 방문 결과를 토대로 전국 30곳을 추렸다. 대표 사례로는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태백 물닭갈비, 해남 닭코스요리 등이 제시됐다.
이번 시도가 주목받는 것은 치킨이 가진 대중성 때문이다. 한국식 치킨은 해외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한식 메뉴로 꼽힐 만큼 인지도가 높고, 매운맛·단맛·바삭한 식감처럼 설명하기 쉬운 특징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도하는 첫 관문으로 삼기 쉬운 메뉴인 셈이다.
다만 치킨벨트가 실제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으려면 플랫폼 공개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어 안내, 교통 정보, 예약 편의, 지역 상권 할인, 전통시장·숙박 연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닭갈비를 먹고 바로 돌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시장에서 사고, 양조장에서 체험하고, 농촌마을에서 머무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지역경제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정부는 하반기 미식 관광의 범위를 치킨에서 전통주와 전통식품으로 넓힌다. 7월에는 K-치킨벨트 명소 방문과 추천 코스 제안 이벤트를 열고, 8월에는 찾아가는 양조장 투어를 소개한다. 9월에는 대한민국식품명인과 함께하는 미식 투어를 통해 전통 장류와 김치 등 전통식품 체험을 제공한다.
10~11월에는 한식 페스타, 푸드위크코리아, 우리술 대축제, 김치 페스티벌을 묶은 ‘K-푸드 페스타’가 이어진다. 7월부터 12월까지는 농촌에 머물며 지역 농특산물과 음식을 체험하는 농촌 힐링 스테이도 운영된다.
송 장관은 “K푸드와 한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K-치킨벨트를 시작으로 지역의 다양한 식문화와 관광을 연계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