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얼음 주머니로는 물가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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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방어하겠다며 1조 원 규모의 대책을 내놨다.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다. 리터당 150원 안팎의 경감 효과를 내는 유류세 인하 조치도 연장했다. 어떻게든 물가 고삐를 누르겠다는 적극적인 개입이다. 하지만 이 대책은 체온계 눈금을 내리려 환자 몸에 얼음 주머니부터 얹어 놓는 격이다. 다급함은 이해하나 원인은 외면한 채 숫자만 누르는 처방은 오래갈 수 없다.

재정 지원과 유류세 인하라는 '얼음 주머니'는 당장 지표상 방화벽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수치와 체감 물가 사이의 괴리는 크다. 서민이 느끼는 고통은 상승 속도가 아니다. 이미 오를 대로 올라버린 '절대적 가격 수준' 자체가 문제다. 시속 100km로 달리던 차가 시속 30km로 감속했다고 차가 멈춘 것은 아니다. 상승률 둔화가 가격 하락을 의미하진 않는다.

정부 대책은 '단기 진화'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재정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지원이 끝나 얼음 주머니가 녹는 순간, 억눌렸던 가격은 다시 튀어 오른다. 요요현상이다. 가격을 강제로 누르는 임시방편은 유통 구조의 모순을 심화시키고, 생산자와 중간 공급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더욱이 막대한 재정 투입은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눈앞의 땜질 대신 고질적인 체질을 고치는 '치료'가 시급하다. 정부의 개입은 원가 압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수입 원재료에 대한 관세와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물류비와 원료 구매에 드는 자금 조달 부담을 낮춰야 한다. 밑단의 비용 구조 자체를 떨어뜨려야 인상의 도미노를 막을 수 있다. 현장의 고정비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인 유인책도 병행돼야 한다. 자영업자를 위협하는 과도한 플랫폼 수수료와 운영 비용을 낮추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물가 안정은 단순한 지표 관리가 아니다. 서민 삶의 붕괴를 막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물가가 높아질수록 고통받는 건 결국 소비자다. 정부의 물가 대책이 일시적인 가격 인하 성과에 그치지 않고, 식품·외식업계 전반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구조적 해법으로 이어져야 할 이유다. 수치 사수에 급급할 때가 아니다. 얼음 주머니는 임시방편일 뿐 병의 뿌리를 뽑는 근본적 치료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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