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지수가 8000~9000선에서 급등락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에도 지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1만선 안착을 위해서는 반도체 이익 상향과 미국 금리 안정, 원화 안정이 동시에 확인돼야 한다는 조건부 낙관론이 우세했다.
29일 이투데이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1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증시 전망을 설문한 결과 코스피 지수 예상 상단은 9900~1만2000선에 분포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본 전망으로 1만1000, 긍정 시나리오에서 1만2500까지 열어뒀고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상단을 1만2000으로 제시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만1500,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만1000,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만500,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만선을 각각 상단으로 봤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9900을 상단으로 제시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은 구체적인 지수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고,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 코스피 지수를 9000 이상으로 전망했다. 하단은 6000~8000선까지 엇갈려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예상된다.
리서치 수장들은 하반기 지수 추가 상승의 핵심 조건으로 반도체 업황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기업 실적 개선, 주주환원 확대, 외국인 수급, 정부 정책도 주요 변수로 제시됐다. 현재 코스피 지수 상승세가 실적 개선을 충분히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11명 중 7명이 추가 재평가 가능성을 언급했다. 2명은 업종별 차별화가 심화할 것으로 봤고, 1명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조수홍 센터장은 “이익 전망치의 추세가 KOSPI 상승의 핵심 요인”이라며 “현재 코스피 지수 상승세는 반도체 실적 개선을 반영하고 있으나, 반도체 병목 현상의 지속과 높은 환율 효과를 감안할 시 추가적인 실적 상향에 따른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주도 업종도 반도체 중심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11명 중 10명이 하반기 국내 증시 주도 업종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인공지능(AI) 인프라는 9명, 전력기기는 7명이 선택했다. 이외 금융, 조선, 방산, 자동차, 유통 등이 주도주 확산 후보로 거론됐다.
양지환 센터장은 “반도체 시장 주도력이 유지되는 가운데 비반도체 업종들의 순환매가 나타날 수 있다”며 “반도체와 비반도체 간의 상호보완적 순환매 장세가 하반기 1만피 논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랠리에 대해서도 낙관론이 우세했다. 11명 중 9명은 반도체 랠리가 속도 조절 후 재상승할 것으로 봤고 2명은 강세 지속을 예상했다. 박스권이나 조정 가능성 확대를 택한 응답은 없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반도체 랠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판단하고, 하반기에도 주도주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시간이 갈수록 내년 하반기에 있을 증설 물량 출회에 대한 경계감이 발생할 수 있겠으나, 예상보다 강한 AI 수요로 인해 반도체 업종 강세 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 중심 쏠림에 대한 경계감도 동시에 제기됐다. 상반기 증시에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흐름으로는 코스피 지수 급등 속도와 반도체 대형주 쏠림, 코스닥 지수 부진이 주로 거론됐다. 현재 증시가 건강한 상승 국면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뉘었다. 일부 리서치 수장은 실적에 기반한 상승으로 평가했지만, 상당수는 소수 대형주에 수급이 집중된 불균형 상승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윤창용 본부장은 “1만 포인트를 위해서는 반도체 사이클 지속과 함께 해당 이익이 타 업종으로 확산하는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금리 안정과 변동성 완화가 동반돼야 지수 레벨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수급 변수는 외국인보다 원화와 연기금 리밸런싱에 초점이 맞춰졌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 흐름에 대해서는 11명 중 7명이 중립을 예상했다. 완만한 순매수는 3명, 예측 불가는 1명이었다. 강한 순매수 지속을 예상한 응답은 없었다.
외국인 수급이 이어지기 위한 조건으로는 원화 안정, 기업 실적, 반도체 사이클, 글로벌 위험 선호 등이 제시됐다. 지수 레벨이 높아진 만큼 외국인이 추가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반도체 실적뿐 아니라 환율 안정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자 자금은 조정 구간에서 지수 하단을 받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았다. 11명 중 9명이 개인 자금에 대해 조정 시 저가 매수 역할을 예상했다. 반면 상승장 추격 매수는 1명에 그쳤다.
기관 수급에서는 연기금 비중 조절과 ETF 자금 유입, 리밸런싱이 핵심 변수로 꼽혔다. 상반기 코스피 지수 급등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웃돌 때 연기금의 리밸런싱 매도가 대형주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조정 시에는 목표 비중 복원을 위한 연기금 매수가 지수 하단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변수는 지수 방향을 단기적으로 바꾸기보다 하반기 증시의 하방을 보완하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상법·세제 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우세했지만, 정책이 단독으로 지수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기업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를 뒷받침하는 보조 변수라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 효과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등 기업 행동으로 연결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일부 응답자는 단기 시장 방향은 정책보다 이익과 수출 구조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봤고, 세제 개편은 수급 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책 기대가 금융·지주·배당주 등 저평가 업종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실제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려면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기업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이다.
거래시간 연장과 공매도 제도 정비, 파생시장 활성화 등 시장 제도 변화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해외 증시와의 시차를 줄이고 외국인의 가격 발견과 위험관리 편의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의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지수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라기보다 유동성과 시장 인프라를 보완하는 요인에 가깝다는 의견도 많았다. 거래시간 확대가 초기에는 개인투자자의 단기 매매 증가와 장중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반기 최대 리스크는 미국 금리 경로로 모였다.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거나 재상승하면 밸류에이션 확장이 제한될 수 있어서다. AI·반도체 과열 논란, 기업 실적 둔화, 환율 불안도 조정 요인으로 거론됐다.
김동원 본부장은 “투자자들이 주목할 것은 AI 투자 자체가 아니라 자본공급자가 멈출 이벤트”라며 “10년물 국채금리 5.0~5.3% 돌파와 주거비를 제외한 경직적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의 3% 중반 진입을 위험 신호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