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짬 내서 왔어요”⋯봉은사역 직장인부터 연차 낸 마니아 등 인산인해
예스24 마라톤 독서·밀리의서재 집들이 부스 등 오감자극 이색 협업 ‘눈길’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화려하게 개막한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김태헌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선포하며 기계의 정답을 뛰어넘는 인간 사유와 책의 힘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금은 과거 상상 속에 머물렀던 기술들이 현실이 되고,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일들마저 기계가 수행하는 시대”라며 “우리는 이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책은 앞으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리곤 한다”라고 진단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인 ‘인간선언 Homo duduri(호모 두두리)’는 AI가 정답과 효율을 빠르게 제시하는 시대에 그 답을 다시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존재를 뜻한다. 김 회장은 “인류는 늘 낯선 미래를 두드리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왔다”라며 “두려움보다는 뜨거운 호기심을 품고, 인간의 사유와 상상력이 살아있는 이 책의 축제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참석해 도서전 개막을 축하했다. 정치인 중에서는 이날 당 대표를 사임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평산책방' 책방지기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올해의 주빈국인 프랑스를 대표해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와 마리 오드 뮈라이유 작가, 프랑수아 레지스 고드리 작가 등도 함께했다.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서모(34) 씨는 “봉은사역 근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오늘 점심시간 짬을 내서 잠깐 구경하러 왔다”라며 “AI가 다 가르쳐주는 세상이라지만 책을 직접 만지고 사유의 문을 두드리는 지적인 경험은 오직 도서전에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 최모(28) 씨는 “첫날부터 축제 분위기를 가장 먼저 접하고 싶어서 회사에 연차를 내고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왔다”라며 “다양한 체험 부스가 가득해서 다 보려면 내일도 와야 할 것 같다. 연차를 쓴 게 전혀 아깝지 않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다양한 산업 간의 경계를 허물고 독자들의 일상을 파고드는 독창적인 협업 공간들이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오뚜기가 미디어그룹 디자인하우스와 손잡고 선보인 ‘Design Your Own Life’ 전시 부스가 대표적이다. 브랜드의 상징인 노란색으로 꾸며진 현장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삶의 취향을 제안하는 도서 큐레이션과 함께 오뚜기의 시그니처 제품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을 경험했다.
도서전 부스에서 만난 오뚜기 관계자는 “출판과 디자인, 그리고 푸드 문화의 결합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자 했다”며 “도서전이라는 공간에서 먹고 마시는 일상의 가치를 색다른 시각으로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구축한 ‘밀리하우스’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현관, 주방, 욕실, 거실, 정원 등 아늑한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감각적인 공간을 지나며 독자들은 종이책의 바코드를 스캔해 전자책으로 막힘없이 이어 읽는 ‘밀리 페어링’ 등을 흥미롭게 체험했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독서가 끝까지 완독해야만 하는 무겁고 강박적인 과제가 아니라, 우리 집 안의 일상 속에서 가볍고 다정하게 호흡하는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루미르, 아로마티카, 링티 등 친화적인 라이프 브랜드들과의 협업 요소를 부스 곳곳에 녹여 문턱을 낮춘 혁신적인 미디어 콘텐츠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예스24는 기존의 온라인 독서 활동을 러닝과 결합한 참여형 독서 마라톤 캠페인 ‘리딩런 베이스 캠프’를 구현해 호응을 얻었다. 현장 전광판에는 마이크에 대고 글귀를 읽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AI가 음성으로 매끄럽게 파악해 달리기 거리로 환산해주는 LED 전광판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예스24 관계자는 “그동안 모니터 화면 너머로 독자들과 공유해온 끝없는 독서 여정의 열기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했다”라며 “도서전을 거대한 마라톤 공간으로 인식하고 한 장의 완주 영수증과 NFC 메달 굿즈를 받아 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독자들을 보며 새로운 형태의 읽기 문화가 정착되고 있음을 실감한다”라고 밝혔다.
올해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참여한 프랑스는 한국과 프랑스 간의 수교 14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출판 콘텐츠를 선보인다. 현장에서는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비롯해 마리오드 뮈라이유, 프랑수아 레지스 고드리, 파스칼 브뤼크네르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총출동해 축제 기간 내내 역동적인 무대를 장식한다. 또한 행동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개미의 눈을 통해 인간 세상을 깊이 있게 성찰해보는 대담 세미나를 비롯해 은희경, 김애란, 장류진, 송길영 작가들이 깊은 통찰을 담은 세미나가 5일간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