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대체 아닌 호남 추가…“반도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K-반도체 투트랙]

기사 듣기
00:00 / 00:00

세계는 다핵 클러스터 경쟁…한국도 생산·연구 거점 다변화 필요
'용인·호남' 상호보완론 확산…반도체 생태계 확장론 힘받아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경기 용인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의 수십대 대형 크레인 뒤로 병오년(丙午年)의 여명이 트고 있다. 2027년 1기 팹(공장·Fab)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곳은 고대역폭메모리(HBM), AI특화 D램 등을 생산할 미래 생산기지가 된다. SK하이닉스는 30년 뒤인 2056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집중적인 투자를 계속해 AI 메모리 기술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신산업 창출을 위한 ‘AI 대전환 전략’을 본격화한다.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치권을 중심으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대립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두 사업을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관계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반도체 경쟁이 단일 공장 경쟁에서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면서 특정 지역에 모든 기능을 집중하기보다 복수 거점을 육성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은 생산공정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첨단패키징,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설계(팹리스) 등 다양한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용인과 호남을 선택의 문제가 아닌 역할 분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메모리 생산 중심의 수도권 클러스터와 첨단패키징·AI 반도체 중심의 지방 클러스터가 함께 성장해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반도체 강국들도 복수 거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애리조나, 텍사스, 오하이오 등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분산 구축하고 있으며 대만 역시 신주를 중심으로 타이중, 타이난 등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해 왔다. 단일 클러스터에 의존하기보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용인과 지방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 국가산단은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국가 전략사업으로 기흥·평택 캠퍼스와 연계한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벨트 구축이 목표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협력사 공급망, 전문인력 등이 집적돼 있다는 점에서 국가 핵심 생산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반면 지방은 첨단패키징과 AI 반도체, 전력반도체, 팹리스, 소부장 산업 등 차세대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할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생산시설 유치뿐 아니라 반도체 후공정과 연구개발 기능을 중심으로 특화 클러스터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AI 확산으로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전공정 중심 생산 경쟁에서 첨단패키징과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복수 거점론에 힘을 싣고 있다. 첨단패키징은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연결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로 AI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향후 메모리 생산은 용인·평택을 중심으로, 첨단패키징과 AI 반도체 연구개발은 지방 거점을 중심으로 육성하는 방식이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은 특정 지역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단위의 생태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용인과 호남을 경쟁 구도로 볼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강점을 살려 반도체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