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신용등급에 갇힌 금융 바꿔야”⋯은행권 포용금융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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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K자 양극화 하단부 사람들 고려해 역할 다시 짜야”
포용금융 평가·상생금융지수 도입⋯은행 경영평가 축 변화
세부 항목까지 평가받으면서 요구 수준 높아졌다는 지적도

은행권이 기존 신용등급 중심 심사에서 벗어나 대안신용평가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용등급만으로 차주를 배제하는 금융 관행의 한계를 지적한 가운데 금융당국도 포용·상생금융 실적 평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은행권의 심사 체계 변화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체계를 잇따라 대출 심사에 반영하고 있다. 통신비와 공과금 납부 내역, 생활비 지출 정보 등을 활용해 기존 신용등급만으로는 평가가 어려웠던 금융이력 부족자를 새롭게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생활비·공과금 자동이체 내역 등을 활용한 '서민 대안 신용평가 모형'을 서민 신용대출 심사에 적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교보문고·금융결제원·세금환급 정보 등 7종의 대안정보를 개인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저신용자 특화 모델로 중저신용 고객 발굴에 나섰고 NH농협금융은 통신비·공과금 납부 이력과 전통시장·대중교통 이용 내역 등을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 심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대안신용평가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카카오뱅크는 가명 결합 데이터를 활용한 독자 모형을 개발했고, 케이뱅크는 통신대안평가 모델을 도입했다. 토스뱅크도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 고객을 선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의 역할을 둘러싼 정책 기류 변화와 맞물려 있다. 김 실장은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신용등급이라는 불완전한 과학의 이름으로 절박한 이들을 배제하고 회피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온당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금융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신용등급만으로 차주를 선별하는 관행을 넘어 포용적 금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당국도 포용금융을 은행 평가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은행권 포용금융 종합 평가체계'를 도입해 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금융 공급 실적과 채무조정, 연체채권 소각 실적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를 서민금융 출연요율 산정에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상생금융 평가도 새로 도입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금융위, 금감원과 함께 올해 하반기 '상생금융지수' 시범평가를 실시한다. 대상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이다.

상생금융지수는 금융회사의 상생협력 실적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체감도를 계량화한 지표다. 평가 항목은 △상생금융 실적평가 40점 △상생협력 실적평가 40점 △체감도 조사 20점과 감점 항목으로 구성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공급을 비롯해 기술금융, 관계형 금융 등이 반영된다.

은행권에서는 포용금융이 사실상 새로운 경영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평가 지표가 늘어나는 만큼 은행권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대출 공급 규모 중심의 평가로 흐를 경우 건전성 관리와 연체율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실제 지원 효과와 차주의 자활·재기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포용금융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단순한 대출 공급 규모 경쟁보다는 실제 자활과 재기 지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될 필요가 있다"며 "건전성 관리와 연체율 관리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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