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금감원장의 뒤늦은 후회

“올라탔어요?”

요즘 주식시장에서는 “무슨 종목 샀어요?”보다 이 질문이 먼저 나온다고 한다.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승차 여부에 쏠려 있다. 온라인에는 “설명할 시간 없어. 어서 타”라고 외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밈(Meme)까지 등장했다.

실제 시장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는 출시 한 달여 만에 14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투자자의 90% 이상은 개인이다. 높은 수익을 좇는 열기 속에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이번 상승장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열광 뒤엔 늘 변동성이 따른다. 23일 반도체주가 급락하자 레버리지 ETF들도 직격탄을 맞으며 일부 상품이 장중 20% 넘게 떨어졌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배로 키워주지만 방향이 바뀌는 순간 손실도 몇 배로 확대된다.

공교롭게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상품에 대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후회한다”고 말했다. 환율 안정을 기대했으나 부작용이 더 컸다는 진단이다. 당국 수장이 정책 판단에 대해 공개 반성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 원장은 하루 회전율이 한때 200%에 달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도박판에서 ‘뽀찌’ 뜯는 사람이 돈 많이 버는 모양새가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이 단타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이, 증권사만 확실하게 판돈을 챙긴다는 의미다. 추산되는 연간 수수료만 10조원에 달한다.

증권사가 합법적인 상품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버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투자자 절대다수가 개인인 상품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손바뀜이 일어나는 현상을 건강한 투자 문화로 보기는 어렵다. 이 원장이 우려하는 부분도 이 지점일 것이다.

사실 당국도 위험성을 모르고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 음의 복리 효과와 괴리율 위험을 사전에 경고했고 교육도 의무화했다. ‘왜 허용했는가’보다 위험 경고에도 개미들이 왜 이토록 열광했는지가 핵심이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나만 낙오될 수 없다’는 포모(FOMO) 심리다.

시장이 뜨거울 때는 위험보다 수익이 먼저 보인다. 그래서 모두가 “어서 타”라고 외칠 때 시장에 진짜 필요한 것은 속도를 제어할 안전장치다. 금융당국이 뒤늦은 한탄을 넘어 대책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도, 투자자가 과열 장세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이유도 결국 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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