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 공급망 선점 경쟁 본격화
HBM4 넘어 HBM4E 시대…용량·대역폭 경쟁 격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선은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4E(7세대)로 향하고 있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Rubin)’ 출시를 앞두고 HBM4E가 핵심 메모리로 부상하면서 양사의 기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나란히 HBM4E 12단 샘플을 공개하며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 HBM4가 현재 AI 서버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 HBM4E는 그 후속 세대인 루빈과 루빈 울트라 플랫폼에 적용될 유력 후보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을 출하했다. HBM4E는 기존 HBM4 대비 성능과 용량을 높인 제품으로 삼성전자는 차세대 D램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AI 메모리 로드맵을 한 단계 앞당겼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미국 GTC(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 행사에서도 HBM4E를 처음 공개하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고객사 공략에 나섰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달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며 시장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자사 강점인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기술을 활용해 발열을 줄이고 신호 안정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4E 공급이 사실상 엔비디아 루빈 플랫폼 진입을 위한 사전 검증 단계로 보고 있다.

HBM4E 경쟁이 주목받는 이유는 AI 모델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성능 향상이 그래픽처리장치(GPU)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하면서 메모리 성능이 전체 시스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HBM 시장의 세대 교체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HBM3(4세대)가 시장에 안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HBM3E(5세대)가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았고 올해는 HBM4 양산이 시작됐다. 업계는 1~2년 안에 HBM4E가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HBM4 시장에서 앞섰다고 해서 HBM4E 경쟁까지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객사 요구 성능과 발열, 전력효율, 패키징 기술이 모두 달라지는 만큼 사실상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경쟁도 HBM4를 넘어 HBM4E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엔비디아 이후 AI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도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