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는 반도체 강세와 유가 하락이라는 우호적 요인에도 미국 빅테크 약세와 시장금리 부담이 맞물리며 제한적인 상승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1위 경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수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M7 등 빅테크 주가 부진, 시장금리 레벨 부담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2%대 강세, 유가 하락 등 대외 상하방 요인이 혼재됨에 따라 소폭 상승 출발한 이후 장중 추가 상승 압력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가총액 1위 주도권 다툼으로 수급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증시는 주요 빅테크주의 약세에도 반도체 랠리와 유가 하락에 따른 업종 순환매가 맞물리며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0.3% 상승했지만 S&P500지수는 0.4%, 나스닥지수는 1.3% 하락했다.
알파벳은 5.1%, 스페이스X는 16.4%, 아마존은 4.8% 하락했다. 주요 빅테크 종목별 부담 요인이 부각된 영향이다. 반면 마이크론은 6.9%, 샌디스크는 4.1% 오르며 반도체 랠리를 이어갔다. 미·이란 협상 진전에 따른 유가 약세는 경기민감주로의 순환매를 이끌었다.
한 연구원은 “6월 이후 미국 5월 고용,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일련의 매크로 이벤트를 거치면서 미국 10년물 금리는 4.4~4.5%대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금리 부담은 빅테크 주가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 등 빅테크 업체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우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알파벳의 급락에 대해 핵심 인력의 경쟁사 이동에 더해 자금 조달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봤다. 스페이스X의 급락 역시 상장 이후 폭등에 따른 되돌림뿐 아니라 약 200억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 관련 뉴스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당분간 빅테크, 바이오, 소형주 등 국내외 주요 성장주는 금리 부담을 안고 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근 금리 상승을 촉발한 근본 원인이 에너지 인플레이션 우려였고, 미·이란 휴전 모드 진입으로 유가가 낮아지고 있는 점은 금리 부담을 완충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연구원은 “이번 주 후반 예정된 미국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 안도감을 재확보할 수 있다면 현재 독주를 하고 있는 반도체 이외에도 여타 빅테크 등 성장주들에게 수익률 만회의 기회가 생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국내 증시는 미·이란 휴전 협상 불확실성이 재확대된 가운데 로보틱스, 전력기기, 증권 등 주력 업종이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1위 탈환전이 전개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0.69% 오른 9114.55, 코스닥 지수는 0.19% 상승한 968.40에 거래를 마쳤다.
가장 주목되는 변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역전이다. 22일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은 2066조원, SK하이닉스 보통주 시가총액은 2080조원으로 집계됐다. 보통주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넘어선 것이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246조원으로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주 기준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1위가 바뀐 것은 약 25년 만에 처음이다. 2000년 2월 이후 삼성전자는 KT 보통주 시가총액을 추월한 뒤 코스피 시총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시장 일각에서는 시가총액 1위 교체가 증시 고점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닷컴버블 당시 시스코의 시가총액 1위 등극이 버블 붕괴의 전조로 해석됐던 사례 때문이다. 2000년 3월 시스코는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당시 후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0배를 넘었다. 이후 2002년 10월 닷컴버블 붕괴가 종료될 때까지 시스코 주가는 고점 대비 약 88% 급락했고, 같은 기간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49%, 78% 하락했다.
다만 현재 국내 반도체주의 시총 1위 경쟁을 닷컴버블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반대 사례로 2024년 6월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1위 등극을 제시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후행 PER 약 77배, 선행 PER 약 43배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지만 이후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수혜를 바탕으로 이익이 레벨업되면서 주가 우상향 흐름을 이어갔다.
2024년 6월 이후 현재까지 엔비디아 주가는 약 60%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약 38%, 나스닥지수는 약 50% 올랐다. 2026년 현재 엔비디아의 후행 PER은 37배, 선행 PER은 23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 연구원은 “시가총액 1위 자리 교체 이슈에 집중하기보다는 밸류에이션 과열과 이익 레벨업 중 어떤 요인이 주가 상승을 만든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반도체를 포함한 향후 코스피의 증시 방향성에 더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6월 현재 코스피와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전년 대비 237%, 960%로 집계됐다. 5월 수치인 222%, 832%보다 이익 모멘텀이 강화됐다. 선행 PER도 코스피 지수는 8.5배로 10년 평균 10.3배를 밑돌고, 반도체 업종은 6.9배로 10년 평균 10.5배를 하회한다.
한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지난주부터 뉴스플로우상 미국 ADR 상장 기대감, 대규모 주주환원책 기대감 등 단기적으로 삼성전자보다 상방 재료가 우위에 있었다는 점이 시장의 관심을 SK하이닉스 쪽으로 집중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 과열에 따른 증시 고점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점에 무게중심을 두고 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종목 간 시가총액 1위 주도권 다툼은 시장 전반의 수급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한 연구원은 “이들 간 시가총액 1위를 놓고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여타 업종 혹은 코스닥 시장의 수급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음에 유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