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시대 '메모리+파운드리' 시너지 주목

AI 반도체 경쟁이 고도화되면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삼성전자의 '풀스택(Full Stack)'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TSMC의 생산능력 부족과 가격 인상으로 주요 팹리스 기업들이 삼성전자 2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을 검토하는 가운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시대 개막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흑자 전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과 미디어텍 등 주요 팹리스 기업들은 TSMC의 생산능력 병목과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 2나노 공정 활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일부 AI 반도체 물량이 삼성전자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글은 차세대 TPU 개발 과정에서 생산 물량을 TSMC와 삼성전자에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텐서처리장치(TPU)의 연산 프로세서는 TSMC가 생산하고, HBM과 연산 칩을 연결하는 메모리 입출력 다이(I/O Die)는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이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HBM을 공급하고 파운드리사업부가 I/O 다이를 생산한 뒤 첨단 패키징까지 담당하는 통합 공급 체계 구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HBM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 수주와 패키징 사업까지 연쇄적인 수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HBM 세대가 진화할수록 삼성전자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HBM3E(5세대)까지는 베이스 다이에 D램 공정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HBM4부터는 로직 기능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파운드리 공정 적용이 필수적인 구조로 바뀌고 있다. HBM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메모리 기술뿐 아니라 첨단 로직 공정 역량도 함께 요구되는 이유다.
현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HBM용 베이스 다이 생산 과정에서 외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사업부의 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활용해 HBM4 베이스 다이 내재화를 완료한 상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BM4E(7세대)와 HBM5(8세대)로 고도화될수록 베이스 다이 조달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내재화 경쟁력이 부각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적자를 이어온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은 수년째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사업부의 적자 규모는 2024년 5조3000억원, 2025년 7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역시 약 4조6000억원 수준의 적자가 예상되며, 내년에도 3조9000억원가량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의 흑자 전환 시점을 2028년으로 전망했고,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 역시 올해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흑자 전환 시기가 기존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나노 고객 확보와 HBM4 베이스 다이 수요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수익성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TSMC와 비교하면 최선단 공정 분야에서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삼성전자만의 시장이 존재한다”며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초과 수요 상태인 만큼 삼성전자의 2~3나노 수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파운드리 사업은 빠르면 올해 안에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DS투자증권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이 올해 4분기에 분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내년에는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기존 시장 예상보다 빠른 턴어라운드를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