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개정안, 트래블룰 소액 거래까지 확대 추진
자동 STR 부담 완화에도 개인지갑·해외 연동은 과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활용한 자금세탁 위험을 재차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하위규정 개정을 통해 트래블룰 적용 범위를 100만원 미만 소액 거래까지 넓히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규제 실효성과 사업자 부담이 함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거래소 간 송금할 때 두 거래소가 송·수신자 정보를 확인하고 공유하도록 한 규정이다.
2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최근 총회에서 각국에 가상자산 관련 규제와 감독 체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 위험이 국경 간 거래와 탈중앙화금융(DeFi), 역외 미등록 사업자 등을 통해 확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총회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도 국가별 인허가·등록 요건과 감독 방식,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대응 체계가 달라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할권마다 규제 강도와 적용 방식이 다를 경우 자금세탁 위험이 감독이 느슨한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은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활용한 자금세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트래블룰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래블룰을 송금 사업자뿐 아니라 수취 사업자에도 적용하고, 소액 거래까지 의무 적용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역외·미등록 가상자산사업자 악용 사례와 스테이블코인·디파이 등 신흥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 필요성도 함께 거론됐다.
이 같은 논의는 국내 특금법 하위규정 개정 흐름과도 맞물린다. FATF가 소액 거래와 역외 미등록 사업자를 통한 규제 회피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국내 트래블룰 확대 논의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트래블룰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제도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 100만원 이상 이전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100만원 미만 소액 거래까지 넓히는 방향이다. 수취 사업자도 관련 정보를 확보해야 하므로 정보 확인이 되지 않은 거래는 거절될 수 있다.
애초 업계가 우려했던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해외 이전거래 의무보고 방안은 자율 리스크 관리 방식으로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예고 단계에서는 외국 가상자산사업자나 비수탁형 개인지갑과의 고액 이전거래를 위험도와 관계없이 의심거래로 보고하는 방안이 담겼지만, 의견 수렴 과정에서 사업자가 위험도에 따라 관리하는 방식으로 조정됐다.
일률 의심거래보고(STR) 부담은 줄었으나 전건 트래블룰에 따른 실무 부담은 여전히 남았다는 평가다. 소액 입출금까지 정보 확인 절차가 붙으면 거래 처리 지연과 고객 민원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자와의 트래블룰 연동 수준이 제각각인 만큼 일부 해외 거래소 이전이 제한되거나, 개인지갑·미규제 거래소로 우회하는 흐름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전건 트래블룰은 자금세탁방지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이고, 100만원 이하 소액 거래 사각지대를 메우는 효과가 나타난다”라며 “가상자산사업자 간 거래는 송수신자를 특정할 수 있어 리스크를 낮출 수 있지만, 개인지갑은 여전히 관리가 쉽지 않은 영역이고 연동된 사업자 간 거래로 제한되는 만큼 이용자 입장에서는 거래 자유도가 줄어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