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PE 출신 시니어 잇단 독립에 기관투자자 눈높이 높아져
조달 실패 사례도 등장…"네임밸류보다 딜 구조 중요"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대형 운용사(PE) 출신 핵심 인력들의 독립이 잇따른다. 대형 PE 출신 간판급 인력들이 잇따라 독립해 새 PE를 차렸지만, 시장의 평가는 예전과 달라졌다. 과거에는 운용역의 명성과 투자 트랙레코드가 자금 유치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면, 최근에는 거래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테넷에쿼티파트너스(테넷EP)는 HD현대오일뱅크와 손잡고 폐식용유 기반 바이오 원료 생산업체 대경오앤티 인수를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는 거래 구조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전략적 투자자(SI)인 HD현대오일뱅크를 파트너로 끌어들이면서, 사업적 시너지와 투자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관출자자(LP)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거래(딜) 종결 가능성을 높였다.
테넷EP는 MBK파트너스 출신 심진보 대표가 2024년 설립한 신생 PE다. 설립 초기지만 지난해 산업용 전력설비 업체 파워맥스를 약 2000억원에 인수하며 첫 딜을 성사시킨 데 이어 후속 투자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생 운용사임에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심 대표 외에도 대형 PE에서 나와 독립한 PE들이 다수 생겨나고 있다. IMM크레딧앤솔루션 출신 윤수환 전무는 최근 제니스피크를 설립했다. 이정우 전 베인캐피탈 한국대표와 이진하 전 MBK파트너스 부사장은 고도파트너스를 출범시켰다. 이 밖에도 다수의 대형 운용사 출신 인력들이 독립 운용사 설립을 준비하거나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대형 PE 출신 간판급 운용역이 독립하면 시장의 관심과 자금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LP들의 투자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딜 구조화 능력과 자금 조달 역량이 성패를 좌우하는 모습이다. 올해 초 키움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보유한 레뷰코퍼레이션 매각 작업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에서 한국대표를 맡던 이상훈 대표가 설립한 케이던스캐피탈이었다. 거래 규모는 약 11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케이던스캐피탈은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결국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생 운용사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한다. 운용역 개인의 명성과 트랙레코드가 투자 검토 단계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실제 자금 조달 능력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LP들의 투자 기준도 변했다. 과거에는 특정 운용역의 이력과 네트워크에 무게를 뒀다면 최근에는 투자 전략의 차별성, 자금 조달 계획, 투자 회수 시나리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리 변동성과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거래 구조의 안정성과 실행 가능성이 더욱 중요한 평가 요소로 부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PE 출신들이 세대 교체와 캐리 문제 등을 계기로 독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LP들이 단순히 사람만 보고 출자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결국 어떤 투자자를 모으고 어떤 구조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딜 성패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생 운용사 입장에서는 유명 운용역이라는 타이틀보다 거래를 실제로 종결할 수 있는 실행력과 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