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컬리·농협, 독자 물류망 기반 산지 직거래로 유통비 최대 20% 절감
지역 중소업체 매출·고용 급증 선순환, 영세 농가 소외 방지 대책도 필요

정부와 민간 유통사가 고물가에 대응해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중간 마진을 없애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활성화하고 산지직송을 확대해 유통 비용을 10~20%가량 줄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그동안 여러 단계의 오프라인 유통 경로는 농어민의 소득을 깎아내리고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키우는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온라인도매시장을 열어 다단계 유통 구조를 디지털로 바꾸고 있다. 기존 가락시장을 거치던 방식을 벗어나 도매 수수료를 낮추고 물류 효율을 높여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전략이다.
유통기업들도 독자적인 물류망을 활용해 산지 직거래를 강화하며 중도매인과 도매시장 단계를 없애는 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쿠팡은 인구감소지역과 도서산간 지역의 산지직송 매입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렸다. 기존에 63.5%에 달했던 수산물 유통비용률을 산지 즉시 포장과 냉장 탑차 직송 시스템으로 낮췄다. 쿠팡의 수산물 매입량은 2021년 500t(톤)에서 2024년 1500t으로 늘었으며 올해 말에는 1800t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배송과 물류, 마케팅을 전담하면서 지역 중소기업은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컬리는 엄격한 상품위원회 검증을 거쳐 들여오는 직매입 기반의 신선식품 운영과 차별화된 물류 인프라로 유통 혁신을 이끌고 있다. 컬리는 우수 농가의 최상급 상품을 수차례 검증해 들여오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은 입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선별한 신선식품을 다채로운 큐레이션으로 고객에게 선보인 뒤 당일 아침에 수확한 채소나 새벽 경매를 마친 수산물을 물류센터로 입고해 24시간 안에 배달하는 ‘샛별배송’을 구현했다.
특히 상품 이동 전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풀콜드체인(Full Cold-Chain)’ 시스템이 강점이다. 컬리는 이커머스 최초로 냉장, 냉동, 정온창고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으며, 배송 시에도 냉장 차량을 이용해 보관·이동·선별·포장·배송 단계까지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컬리 관계자는 “최근에는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을 통해 외부 플랫폼과 협력하며 지역 산지 판매자들도 이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고 밝혔다.
농협 역시 전국 440여 개 산지유통센터(APC)의 데이터를 전산으로 연결하는 직배송망을 만들어 가락시장을 우회하고 지역 물류비를 아끼고 있다.
중간 마진을 없앤 직거래 방식은 농어민과 중소 제조사에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과거 자체 택배 물류비가 상품 가격의 20%를 차지해 부담이 컸던 ‘지리산 피아골’의 김미선 대표는 “쿠팡이 배송과 CS를 전담해 주면서 R&D 여력이 높아져 신제품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의 김치 제조사 ‘모산에프에스’는 쿠팡의 콜드체인 물류망을 활용해 당일 제조하고 다음 날 새벽에 배송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5년 만에 매출이 38배 뛰어 연간 150억 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3년간 고용을 40여 명 늘렸고 지역 농가 50곳에서 연간 1만 톤 이상의 농산물을 사고 있다.
거제의 수산업체 ‘숨비해물’도 물류 부담을 덜어 고용 인원을 2021년보다 3배 이상 늘렸다. 유통 단계 축소가 비용 절감을 넘어 지역 고용 창출과 생산 시설 확충이라는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진 셈이다.
정부와 민간 유통 기업의 유통 단계 축소 노력은 고물가 시대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다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체 직송망을 갖추기 어렵거나 공공 플랫폼을 쓰기 힘든 영세 농가와 중소 유통업자가 소외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앞으로 대기업과 중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줄어든 유통 비용이 실제 소비자 판매 가격 인하로 꾸준히 이어지는지 살피는 감시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