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NCC 감산 추진 속 롯데·LG 부담, 한화솔루션은 원료비 완화 가능성

에쓰오일의 대형 석유화학 설비 ‘샤힌 프로젝트’ 가동이 임박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손익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노후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산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규모 신규 설비가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9조2580억원을 투입한 국내 최대 석유화학 투자다. 에틸렌 180만t(톤), 프로필렌 75만t 안팎, 폴리머 120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전체 EPC 공정률은 97%에 육박했다. 이달 기계적 완공 이후 올해 말까지 시운전을 거쳐 내년 초 상업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샤힌의 핵심은 TC2C 기술이다.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만들고 이를 다시 분해하는 기존 NCC 방식과 달리,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구조다. 기존 공정보다 기초유분 수율이 높은 고효율 설비로 평가된다. 에쓰오일은 이미 올레핀 모노머 고객사와 연간 공급계약을 맺고, PE 장기 수출계약도 체결하는 등 판매처 확보에 나선 상태다.
문제는 시점이다. 국내 석화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업황 부진에 대응해 NCC 생산능력 270만~370만t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와 대산을 중심으로 통합법인, 설비 셧다운, 생산능력 조정 등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샤힌의 신규 물량이 더해지면 감산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다만 샤힌 가동이 모든 업체에 같은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각 회사가 NCC를 보유했는지, 샤힌과 제품군이 겹치는지,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지 외부에서 조달하는지 여부다.
롯데케미칼은 부담이 큰 쪽으로 꼽힌다. 대산 NCC 감산 논의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샤힌 신규 물량이 들어오면 범용 에틸렌·프로필렌 계열 제품 스프레드가 추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업체는 설비를 줄이는데 신규 대형 설비가 가동되는 만큼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LG화학도 영향권에 있다. LG화학은 NCC와 다운스트림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기초유분 공급 확대가 제품 가격을 누르면 일부 범용 석화 제품 수익성에 부담이 생긴다. 다만 고부가 소재와 전지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어 충격 흡수력은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손익계산이 더 복합적이다. 여천NCC 지분을 통해 기초유분 생산 구조와 연결돼 있어 석화 부문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일부 원료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다운스트림 사업 관점에서는 원료 가격 하락이 비용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샤힌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의 원료가 나오면 NCC를 직접 돌리는 업체에는 부담이지만, 받아 쓰는 업체에는 원가를 낮출 기회도 생긴다”며 “샤힌 효과를 단순 악재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샤힌이 노후 NCC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감축 대상은 비효율 설비이고, 샤힌은 고효율·고부가 설비라는 논리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장에 유입되는 물량 자체가 작지 않은 만큼 내년 초 상업 가동 이후 제품별 스프레드와 원가 구조에 따라 업체별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